매거진 룡마카세

소금 적당히

사랑 한 스푼

by 안성룡

"소금 한 꼬집 넣으시구, 설탕 적당히 넣으세요~"


특히 한식 요리책이나 요리 영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말이다.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내가 대학원에 와서 과학적 사고방식을 정립하던 무렵, 세상 모든 것을 명확하게 정량적으로 표기하고 싶던 나에게 굉장히 혐오스럽게 느껴졌던 요리 티칭 방식이었다. 적당히라는 게 사람마다 다 다를 텐데, 비가역적인 음식의 간이 안 맞으면 어쩌란 말인가!! 콧대 높던 내가 많은 요리들을 먹고, 많은 요리들을 하고, 많은 요리들을 대접하고, 직접 요리를 알려주기도 하며 이 생각은 바뀌게 되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엄마와 누나에게 풀드포크나 베이컨을 만들어서 조공으로 바치고 있다. 이때 내가 평소에 해 먹던 고기와는 간을 다르게 해서 만들고 있다. 엄마는 저염, 누나는 무염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소금 '적당히'를 설명할 수 있는 좋은 예시가 아닐까 생각한다.


MBC의 파일럿 프로그램 맘마미안에서는 자식으로 하여금 어머니가 만든 음식과 셰프가 한 음식을 구분하도록 한다. 자식이 어머니의 요리의 특성을 알고 있는지 포커스를 맞추며 재미를 유발하고 있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보며 어머니에 대한 자식의 애정보단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애정에 관심을 가졌다. 모든 어머니들은 자식의 입맛을 잘 알고 있었다. 셰프보다 요리를 수려하게 하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미쉐린 스타 셰프의 음식도 유학파 셰프의 음식도 자식에게 가장 맛있는 음식이 아니었다. 자신의 입맛과 선호를 알고 애정을 담아 적당히 요리한 어머니의 음식이 최고의 음식이었다.


요리를 가르쳐주는 친구에게 항상 강조해서 하는 말이 있다. 요리를 하기 앞서 너가 좋아하는 맛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고. 그 친구와의 첫 수업은 파스타도 비빔밥도 볶음밥도 아닌, 그냥 동네 맛집에 같이 간 것이다. 그 친구의 적당히를 찾는 여정이었다.


나도 누나도 엄마도 요리를 참 잘한다.(고 각자의 주변인이 말해준다.) 그리고 같은 생각을 한다. "내가 만든 요리가 제일 맛있더라." 각자가 각자의 적당히를 알고 있으며, 내가 만든 요리에는 소금과 설탕이 적당히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나를 위한 요리를 하는 행위는 일종의 자아 찾기와도 같다. 또한 이 자아라는 것은 끊임없이 변하는 것이다. 즉, 정량적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적당히가 중요한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의 수는 이 세상 모든 어머니 수와 같다."

허영만 작가의 식객에 나오는 대사이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문장이지만, 나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세상의 가장 맛있는 음식의 수는 최소한 이 세상 모든 자식의 수와 같다."

어머니는 사랑하는 자식들의 적당히를 알고 계신다. 나 또한 내가 애정하는 사람들의 적당히를 알아가고 있다. 누군가 나의 적당히를 알아가고, 내가 그 사람의 적당히를 이해하는 과정. 그것이 일종의 사랑이 아닐까?


2022.05.12. 성게미역국 먹고 신난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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