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룡마카세

만족스런 식사를 위한 고찰

홈파티에 관하여

by 안성룡

비가 샜던 학교 기숙사에서 탈출하여 새로운 집을 구할 때 가장 염두에 두었던 부분은 에어프라이어를 놓을 수 있는 큰 부엌과 홈파티를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렇게 나는 대학원생에게는 다소 과분할 수도 있는 오피스텔에서 살게 되었다. 집들이를 시작으로 우리 집은 좋은 모임 장소가 되었고, 코로나 특수로 인해 나는 매 달 1-2회의 홈파티를 열게 되었다. 이에 따라 처음에는 인지하지 못한 여러 가지 고민들이 동반되게 되었다.


가장 먼저 직면한 문제는 역시 돈이다. 내가 직접 원재료 장부터 봐서 조리까지 하기에 외식값과 비교하면 반도 안되는 가격으로 요리를 만들고 있다. 빈손으로 오기 싫어하는 친구들은 술이나 아이스크림, 과일 등을 사오기도 한다. 여기서 생기는 문제가 이제 어떤 항목을 정산할지이다. 사실 재료비를 동일하게 정산하는 것이 당연하긴 하나, 친구들이 개인적으로 사오는 것까지 정산하지 않는 상황에서 재료비만 정산하는 것이 나에게는 어느 정도 미안함이 있었다. 해서 초창기에는 나의 재료비 부담금이 더 많게 잡았다. 홈파티를 계속 가짐에 따라 이 금액은 누적되어 대학원생의 월급에 다소 부담되는 수준이 되었다. 고민 끝에 몇몇 친구들과 상의하니, 내가 그런 고민하는 것을 어이없어하며, 지금도 충분히 너무 잘 먹고 가고 있으며 금액 관련해서는 부담을 가지지 말라 해주었다. 심지어 나는 재료비 부담을 하지 않는게 맞지 않냐는 친구도 있었다. 나를 배려해주는 착한 친구들을 가지고 있음에 참 감사하며, 고민 끝에 현재는 다음과 같이 큰 문제없이 진행하고 있다. 재료비의 경우는 당연히 균등분배이며, 적어도 내가 더 많이 내진 않고 있다(사실 이렇게 해도 집에 있는 재료 추가되며 결국 비슷해진다). 내가 술을 잘 모르기도 하며, 술의 경우 기호식품이다 보니, 각자 본인 마실 음료를 본인 부담으로 사온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후, 본격적인 음식의 질과 서비스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식사에 있어서 벨런스와 다양성을 굉장히 중요히 여기는 나의 취향으로 홈파티는 보통 코스 형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콜드 디쉬의 경우 미리 만들어두면 되지만, 핫 디쉬의 경우 바로 만들었을 때가 가장 맛있다. 이 욕심을 버리지 못한 나는 결국 식사시간의 1/3은 부엌에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미안해하고 신경 쓰던 친구들도 이제는 다 적응하고 즐기고 있다. 사실 인원수가 4명 이상이 되면 말수가 급격히 주는 나는 애들 노는 것을 구경하려고 부르는 것도 있다.


중요한 문제가 남았다. 바로 설거지. 많은 인원수와 많은 요리 종류로 더 많은 설거지가 생긴다. 좁은 원룸에서의 설거지는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내가 요리를 했기에 친구들이 자원하거나 간단한 게임의 벌칙으로 설거지를 해주었었다. 몇 차례 친구들에게 설거지를 시킨 후, 나는 이제는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대외적인 변명은 그릇이 비싸기도 하고 내가 설거지를 해야 만족스럽다는 것이나, 실상은 조금 다르다. 같이 밥을 먹는다는 행위는 굉장히 숭고하고 감사한 일이다. 같은 시각에 같은 물질을 씹으며 같은 주제를 얘기하며 같은 기억을 같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굉장히 소중한 일이다. 나는 이 소중한 사람들이 우리 집에 들어왔을 때부터 나갈 때까지 좋은 경험만을 가졌으면 했다. 또한, 설거지까지가 식사라 생각하기에, 외식 대신 우리집으로 온 친구들은 설거지 없는 식사를 즐겼으면 했다.


이런 나의 고민이 유효했던 것인지, 혹은 나의 요리 실력이 출중했던 영향인지, 우리집의 홈파티는 나름 지속적으로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친구의 생일파티 두 차례와 누나의 생일파티를 우리집에서 한 것은 굉장히 뿌듯한 기억으로 자리 잡았다. 가끔 내가 한 고기가 먹고 싶다고 고기를 사서 오는 친구도 있으며, 유튜브 영상 보내주면서 해달라는 친구도 있다. 물론 둘 다 만족해하며 돌아갔다. 그 외 여러 친구들이 나의 요리와 홈파티를 좋아해 주었으며, 이는 나의 삶에 너무나도 큰 즐거움이 되었다.


나의 초대에 응해주고 즐겨준 손님들에 너무 감사하다. 그들이 또 왔으면 하기에 아직 부족한 나의 홈파티에 자만하지 않고자 한다.


P.S. 노쇼는... 준비하는 나의 마음까지 무시하는 행위이기에 용서...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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