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룡마카세

나의 만족스러운 집밥에 관하여

식사의 현대적 정의와 가치

by 안성룡

우리는 왜 식사를 하는가?


인류 역사 대부분의 기간에 있어서 식사라는 행위의 목적성은 생존이었다. 체온 유지와 항상성, 여러 장기와 근육에 필요한 열량을 공급하기 위함이다. 근본적인 이 행위를 하지 못해 많은 인류들이 굶주려 죽었으나, 과학기술과 문화의 발전으로 인류는 기근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공급이 수요보다 과잉되는 현대에서 이 식사라는 행위의 목적성은 변하였다.


맛집이라 불리는 식당 앞의 기다란 줄은 도심지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되었다. 전 세계 인류에게 큰 공포를 유발한 코로나조차 한 끼 식사를 위해 길거리에 서있는 행위를 막지 못하였으며, 더불어 음식 배달 서비스는 대성황을 이루게 된다. 식사는 더 이상 의무적인 행위가 아니며 기호의 영역이 되었으며, 이 맛이라는 기호를 충족함으로써 인간은 쉽게 행복감을 얻게 된다.


가장 널리 알려진 식당 평가지인 미쉐린 가이드의 공식적인 평가 기준은 오로지 맛에 관한 것들로만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스타 식당의 경우 대부분 아름다운 플레이팅과 수려한 테이블웨어를 사용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즉, "식사"라는 행위는 오로지 미각세포와 후각세포를 통한 신경작용뿐만 아니라, 음식을 먹기 위한, 그리고 먹는 동안의 행위를 통한 경험이다. 우리는 행복감과 만족감을 얻기 위해 이 식사라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


"음식은 눈으로 한 번, 코로 한 번, 입으로 한 번 먹는다"는 말과 같이 음식의 시각적 요소는 식사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여러 SNS가 발달된 현대사회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개인의 경험을 근거로 삼는 것인지, 혹은 본인의 생각을 부정하지 않기 위한 방어기제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시각적 요소가 현대의 식사에 있어서 굉장한 영향력을 가진다는 사실이다.


집에서 요리를 직접 해서 먹고, 친구들에게 대접하기도 좋아하는 나에게 있어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기 위한 방법은 큰 고민이었다. 넓은 부엌과 여유로운 시간, 품질 좋은 재료는 대학원생과는 거리감이 있는 단어들이다. 하지만 나는 나의 집밥의 가치를 한 끼당 평균 10만 원 이상으로 산정한다.


수려한 곡선과 무게감을 가진 커트러리와 아름다운 색감과 광택의 그릇에 담긴 음식. 모순적이게도 이 집밥은 먹지 않아도 나에게 행복감을 가져다준다. 나의 취향을 완벽히 만족한 이 그림을 보기만 해도 행복한 것이다. 그렇다면 식사의 현대적 가치를 충족한 것이 아닌가? 물론 내 입맛에 맞춰진 음식의 맛 또한 좋다. 그렇기에 나는 4만 원 상당의 커트러리와 6만 원 상당의 그릇을 사용하여 매 끼 10만 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식사를 행복하게 하고 있다.


세상은 넓고 이쁜 그릇은 많지만, 우리집 아이들이 최고다.


2022.05.24. 빌래로이앤보흐 설거지하던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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