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아야. 아빠.. 죽으면 어떡하지.."
아빠는 지방 근무지에 계셨고, 우리 남매와 엄마는 서울에 있었다.
엄마가 도저히 아빠와 살 수 없다고 집을 나가셨던 그 일 이후,
애들이 걱정된 엄마는 아빠가 안 계시면 집으로 와 계셨지만,
아빠는 그 사실을 모른 채 혼자서 버티고 계셨다.
내가 중학교 2학년이었던 그 시절, 우리 형제들은 한 달에 한 번,
아빠가 집에 안 오실 때 아빠를 보기 위해 숙소로 향하곤 했다.
그날 밤, 모두 잠든 시간이었다. 나는 혼자 깨어 있었다.
아빠가 문을 열고 들어오셨고, 술 냄새가 났다.
"아빠, 술 먹었어? "
“은아야... 아직 안 잤어?"
아빠 목소리에는 울음이 묻어 있었다.
"아빠, 왜 그래.. 힘들어서 그래?"
아빠는 나를 보시고는 갑자기 눈물을 흘리셨다.
"아빠 죽으면 어떡하지?”
그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아빠, 왜 그런 말을 해, 왜 그래 아빠.”
“은아야. 아빠 죽으면 어떡해..
우리 불쌍한 내 새끼들.. 아빠 없으면 어떡해..
언니랑 동생도 잘 돌봐야 돼. 은아야..
네가.. 잘 돌봐줘. 은아야..”
아빠는 소리 없이 눈물을 뚝뚝 흘리셨다.
그 대화는 한 번이 아니었다.
아빠를 보러 우리가 숙소에 가는 날,
우리가 잠든 늦은 시각에
술을 드시고 오셨고, 잠 못 자고 아빠를 기다리던 나에게
두세 번, 같은 말을 울면서 반복하셨다.
마치 무언가를 예감하신 사람처럼.
그리고 그다음이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받은 아빠의 전화.
그 주 주말에 집에 오시겠다고, 아빠 올 때까지
동생들하고 잘 있으라는 말을 남기시고
다음날 아침, 아빠는 갑작스레 우리 곁을 떠나셨다.
나는 그때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고 믿는다.
아빠가 내게 남긴 마지막 부탁.
“은아야. 동생들, 불쌍한 내 새끼들.. 잘 부탁한다...”
그 말이 내 인생의 이정표가 되었고,
나는 그 말을 지키기 위해 살아왔다.
이 이야기는, 바로 그날 아빠의 한마디에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