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의 체계는 틀을 스스로 깰 수 있는가
MBO를 넘어, 실제의 변화를
공장은 TPM에 의한 현장의 혁신 방법론과 함께, 경영 관점의 혁신 방법론도 같이 적용되고 있었다. MBO(Management By Objective)에 의한 관리 체계는 엔지니어들에게는 익숙할 것이다. 매해 KPI를 작성하고, 연말이되면 반드시 달성하기 위해 노력을 다하는 모습, 그리고 상사의 KPI는 목숨같이 지켜내려는 태도는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TPM과 MBO가 결합되는 모습이다. 매해 연초에 현장 개선 아이템 발굴 건수를 관리자의 KPI로 설정하여 진행하는 것. 이 둘이 결합되는 것이 온당한가. 사실 이것은 피터 드러커가 MBO에 담은 정신이 이미 KPI의 오용에 의해 흐려지고 있음에 대한 증거인지도 모른다. 사실 개선 아이템이라는 것은 예측될 수 없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어떻게 예측이 되겠는가. 게다가 KPI는 정량지표로 평가와 직결된다. 그러다보니 달성에 대한 '상'보다는, 미달에 대한 '벌'의 개념에 가까워져 버렸다. TPM은 온전히 '상'이 되어야 함에, KPI와의 결합 자체가 모순은 아닌지.
TPM과의 결합이 아니어도, KPI의 문제는 현대 경영에서 이미 많이 지적되고 있다. 경영 혁신을 위해 전략과 연계된 목표 관리를 하자는 취지의 MBO, 그리고 그것을 위한 정량 지표로서의 KPI일진데, 어느덧 직책자의 자리 보전을 위한 평가 근거가 되어버린 것이다. 각 조직의 KPI 수성을 위한 전쟁은 사일로 효과를 가속시킨다. 그리고 상위 조직에 의한 기계적인 구성원 KPI의 조직 KPI에 대한 정랑적 할당은, 그 달성의 합이 과연 전사적 전략 목표로 이어지는지도 불명확해진다. 게다가 1년 단위의 설정은 지속적 현장 혁신에 적절한가. TF는 운영되는데 KPI에 의해 연단위 시간적 단절이 이루어지는 모순의 반복도 보게 된다.
물론 피커 드러커가 MBO를 처음 도입했을 때의 목적은 저러한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단지 경영 환경의 변화 속도와 규모가 달라졌을 뿐. 그래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도입된 것에 OKR 이 있다. 반도체 회사인 인텔에서 처음 디자인되어, 구글에서도 활용되어 꽤 유명해진 경영 혁신 기법이다. 기본적인 정신은 MBO와 다르지 않다. 다만 시간적으로 상시성을 확보하고, 최고 경영자와 현장 구성원의 정렬을 위한 장치가 보강된다. MBO의 문제점만 도려내려는 시도인 것이다.
OKR은 Objective - Key Result 의 약어이다. 상위 조직에서 Objective를 설정하고 그것의 달성을 위한 Key Result를 선정하면, 하위 조직에서는 Key Result 정렬하여 자신의 Objective를 구성한다. 이것을 현장까지 잇고, 정렬을 위한 장치를 구성하여 분기 이하의 주기로 동작시킨다. 최상위의 Objective는 사명이나 미션과 같은 형태로 제시되며, Key Result 달성시 반드시 이루어지게 설계되어야 한다. MBO와 추구하는 지점은 유사함을 알 수 있다. 그 병폐의 제거를 위한 세부 장치의 차이가 추가될 뿐이지만, 그 작은 것(?)이 차이를 만드는 것.
인텔에서 1970년대에 이미 OKR에 의한 경영이 진행되었다고 하고, 2000년대에 구글까지 도입되었다고 한다. 물론 OKR 역시 선형적인 관리 기법으로 한계에 봉착했을 듯 하고, 지금의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조직이 단지 이러한 형태만으로 운영되지는 않을 듯 하다. 그래도 일단 반도체의 선두인 인텔에서 진행하였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공장에서는 OKR 형태는 잘 기능할 수 있을까?정렬이라는 것은 매우 원활한 수직적 의사소통을 전제로 하고, 현장에서의 입력이 역으로 최상위의 전략 변화에 반영되어야 하는데 말이다. 동양 문화권에서 잘 동작할 수 있을지는 아직도 의문인 듯 하다.
공장의 체계는 서양에서 시작되었지만, 퇴색된 MBO와 결합한 장치 시스템의 관리 체계로서의 최첨단 공장인 반도체 팹은 동양의 승리인 듯 하다. 하지만 그에 대한 설계나 공정 장비에 대해서는 어떠한가. 즉, 창의적 제작이나 물리적 한계 돌파를 위한 조직적 전략 행동은 어떠한가.
공장에서 지금까지 본적 없던 한계의 돌파나 새로운 패러다임의 제품이 디자인 되어어 한다면, 과연 우리의 공장에 대한 관리는 적절하게 동작할 것인지. 물론 OKR이 단지 답은 아니겠지만, 그에 대응하는 방법론이 우리에게는 있는지. 물론 메모리나 파운드리는 동양이 압도적인 모습을 보면, 서양의 그들에게도 공장에 대해서는 딱히 답이 있을까 싶다. 하지만 고객도 장비사도 서양인 것 역시 현실임에, 서로의 한계가 뚜렷이 드러나는 지금이 아닌가.
현장에 대해 지속적 혁신을 요구하지만, 그에 대응하는 현재에 적합한 공장 경영에 대한 전략적 방법론은 아직도 아쉬운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