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의 유효기간

하루살이 소망

by 지금

오늘은 치과 내일은 안과… 알코올 냄새와 멀어지고픈 소망

파란 금고, 녹색 은행… 하루하루 쪼그라드는 통장 배 불리고픈 소망

그 학교 입학, 그 시험 합격, 그 자격증 취득…희미한 이름을 빛나게 하고픈 소망


더하기 뿐 아니다.


이 모습에 분노하고 저 소리에 짜증 내고…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분노심을 태우고픈 소망

오늘은 이것 이달은 저것… 마음에 담아 놓은 수많은 약속을 그대로 말려버리는 게으름을 벗고 싶은 소망

이는 이래서 싫고 저는 저래서 거북하고… 사람마다 붙여놓은 빨간 표딱지를 떼어버리고 싶은 소망


빼기 소망도 수두룩하다.




하루살이 소망


소망은 첫날로 모인다.


아무리 해의 얼굴이 용에서 뱀으로 그리고 말로 바뀌어도 해의 첫날에 걸리는 소망은 변하지 않는다.

다짐도 각오도 약속도 그대로다.


해가 바뀔 때면 내거는 소망은 아직 살아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살겠다는 욕망이다.


삶을 낙으로 물들이고 하루하루를 허무에서 건져내고

일상의 지지부진을 파죽지세로 몰아가고 싶다는 의미다.


오늘 무엇을 했는가?

딱히 한 일은 없더라도 날마다 걸어 놓은 소망 다발을 곁에 두고 하루를 돌아보느냐 소망 없이 나부끼는 날 앞에서 그저 그렇게 바라보느냐는 완전히 다르다.


어느 때라도 소망은 하루하루를 따뜻하게 감싸주고 자신에게 소소하게 마음을 써주는 다짐이며 삶을 더 단단히 묶어주는 일이다.


그리고 소망은 살아있음을 기뻐하고 자신에게 그 사실을 말해주는 일이다.


그러나 소망에 이르는 길은 복잡하고 험난하다.

순탄치 않다.


‘더하고픈’ 소망은 오만가지 핑계로 언제나 제자리고

‘빼고픈’ 소망은 언제나 ‘그들’과 ‘그것’을 탓하며 어제를 벗지 못한다.


12월

소망은 이날 저 날을 방황하다

삶을 짓누르는 허무가 되어 또다시 1월에 얹히는 까닭이다.


말라 붙어버리는 삶의 욕망을 깨우는 일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