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은
창조적 여백을 갖는 일이다.

쉬는 시간 그러나 쉼이 없다.

by 지금

쉼은

‘무엇을 하기’에서

‘그저 존재하기’로 옮겨가는 일이다.


오늘 그리고 내일의 계획

오늘의 점수 그리고 내일의 평가


생각의 목록을 잠시 마음 밖으로 내놓는 일이다.


***


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쉼은 그 자체로 가장 중요한 ‘할 일’을 하는 것이다.





쉬는 시간 그러나 쉼이 없다.


수업과 수업 사이에 끼어 있는 시간, 쉬는 시간이다.

쉬는 시간은 수업 시간 달구어진 열정을 식히는 시간이고 소모된 삶의 질서를 재배열하는 창조적 여백을 갖는 일이다. 쉼은 정지가 아니라 정돈이며 담금질이 단단한 쇠붙이를 만들 듯 경도를 높이는 시간이다.


하지만 선생의 그림자가 어른댄다.‘쉬는 시간’은 있지만 ‘쉼’이 없다. 감시의 눈빛이 강렬하다. 뜨거움이 지속된다. 시간표에 적시된 ‘쉬는 시간’은‘쉼’이라는 과목의 또 다른 수업이다. 수업의 연속이다.


음표와 음표 사이의 침묵이 음악의 깊이를 만들 듯, 아이들에게도 사유의 여백이 필요하다. 그러나 쉼표가 거세된 아이들의 하루는 음악이 아닌 소음으로 전락한다. 정지된 순간에 비로소 선율이 완성된다는 그 자명한 진리가 학교에서는 이방인의 언어가 된다.


담금질 없는 쇠는 가치가 없다. 쉼 없이 몰아치는 수업 역시 가치가 떨어진다. 들은 말도, 본 장면도, 배운 내용도 기억에서 뭉그러진다.


이제 우리는 아이들에게 쉼표를 찍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악보 위의 쉼표가 단순히 연주의 중단이 아니라 음악을 완성하는 치열한 예술적 행위인 것처럼, 학생들에게 쉼은 나태가 아닌 스스로의 삶을 조율하는 가장 세련된 공부이기 때문이다.


‘쉼 없는 노동’은 불법을 넘어 교육을 빙자한 폭력이며 비극적인 착취이다.


교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교문을 나설 때까지 아이들의 쉼은 감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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