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있는 그대로를 축복하는 일이다

한 문제 한 문제 풀 때마다 '그 아이'는 지워지고 하나가 된다

by 지금


아이에겐 꿈이 있었다.

몰랐던 자신을 찾게 되리라는

그리고 그가 꽃을 활짝 피우게 되리라는

그 길이 험하고 괴롭더라도 참는 동안 열매를 맺으리라는


그러나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학교에 머무는 동안 몰랐던 자신은 더 깊이 묻히고

지니고 있던 자신 만의 독특함마저 지워지게 될지를.





한 문제 한 문제 풀 때마다 '그 아이'는 지워지고 하나가 된다


아이들이 학교를 찾는 이유는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데 장애가 되는 것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서다.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힘을 갖추기 위해서다.


아니,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어떤 삶을 원해야 하는지, 자신에게 맞는 삶이 무엇인지,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지, 마음속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학교가 제시한 해법은

‘문제 풀이’다. 단순하고 손쉽다.


문제도 같다. 누구든 같은 문제를 풀면 된다. 그러면 인생도 풀린다. 문제를 푼 만큼 인생의 문제도 풀리는 것이다. 학교는 장담한다. 하나의 문제로 모든 아이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아이들은 학교를 믿는다. 그리고 매달린다. 갈구한다. 아이들은 문제 풀이에 매진한다. 문제를 푸는 일은 삶의 문제를 푸는 일이다. 아이들은 삶의 문제를 풀기 위해 삶을 바친다. 아이의 학교생활은 온통‘문제 풀이’다. 매일, 매시간 문제를 풀지 않으면 그 넓은 세상에서 그 많은 꿈을 펼칠 수도 없는 별 볼 일 없는 존재로 전락하는 세상이 올 줄 누가 알았을까. 십여 년, 365일 24시간, 이른 새벽부터 늦은 시간까지 쉼 없이 풀고 또 푼다.


그래서 과연 아이들의 문제가 풀릴까

해결한 문제만큼 인생의 문제가 해결될까

오히려 문제에 또 다른 문제를 얹는 것은 아닐까

아이의 삶이 오히려 더 엉키고 뒤틀리는 것은 아닐까


질기고 질긴 문제를 걸머지고 길고 긴 문제의 터널을 빠져나온 아이들, 그들의 삶은 얼마나 풀렸을까. 아이의 특성과 무관하게 하나의 문제를 제시하고, 같은 능력을 요구하는 ‘문제 풀이’에 매몰된 학교 교육이 아이의 성장에 어떤 도움이 될까.


문제를 끌어안고 힘겨운 사투를 벌이는 사이 아이는 서로가 서로를 닮아간다.

다양한 색깔로, 자신만의 독특한 향을 풍기며 들어섰던 교문, 그러나 나설 때에는 같은 색, 같은 향을 풍긴다.


놀랍지 않은가.

아이가 학교에 머무는 동안 그와 다를 것 없는, 독특함도 특별함도 없는, 그저 그렇고 그런. 그런 아이가 된다는 사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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