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이의 상처

불편한 얼굴

by 지금

학교에 가면


마음을 터놓고 소통하며

편견 없는 지식을 쌓고 싶다.


벽 없는 어울림 속에서 누구 와든 깊은 관계를 맺고 싶다.


타인에게 끌려가는 삶이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인생을 꾸릴 수 있는 단단한 힘을 기르고 싶다.


학교에만 가면 하고 싶은 일들이 참으로 많다.


그러나 긴 시간을 억지로 끌고 다니고 마음껏 이야기할 입을 막고 마음이 끌리는 책장을 넘길 자유조차 허락되지 않는 곳에서 아이는 더 이상 관계를 이어갈 의지를 잃는다.


결국 아이의 간절한 바람은 그저 바람으로 머물다 바람처럼 허망하게 사라지고 만다.





불편한 얼굴


아픈 고민.

차라리 짝사랑 이야기라면 얼마나 좋을까?


학교에서 상처받은 아이를 만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발치에 치일 만큼 지천이다.

부상자가 속출하는 참혹한 전쟁터가 따로 없다. 학교는 늘 전장(戰場)이다.


그러나 아이의 마음은 성능 좋은 지퍼라도 단 듯 단단하게 잠겨있다. 좀체 열리는 법이 없다.

외로워도 슬퍼도 드러내지 않고 혼자 앓는다. 그러다 도를 넘어서면 비로소 병색이 겉으로 드러난다.


서민이 그랬다. 병색이 완연했다. 아픔이 얼굴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선생의 욕설, 위협, 협박 그리고 불쾌한 손길’ 이것이 병의 발단이었다.


서민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그 선생을 피할 길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 과목을 반드시 이수해야 하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상처 입을 것이 뻔한데도 매일 그를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이 아이를 짓누른다. 그 선생의 이야기를 들어야 할 정당한 이유 따위는 애초에 없었다. 그냥 들어야 한다니 듣는 것뿐이다. 피하고 싶어도 피할 도리가 없는 막막함.


서민은 속삭였다.


“불편한 선생을 매일 만나야 하는 운명의 처절한 고통을 아세요?”


그래도 맹수 같은 본능으로 살아남아야 한다. 서민은 삶의 무거운 가방을 추슬러 메고 일어섰다. 오늘이 더 나은 내일의 시작이라는 희망, 절망에 지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자신을 지켜내려 애쓰는 그 마음이 눈물겹도록 애처롭다.


아이가 만남을 꺼리는 선생, 아이의 존경심을 상실한 선생, 그것은 이미 선생이 아니라는 징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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