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ckler가문과 파산한 퍼듀파마 이야기
1. 퍼듀파마(Purdue Pharma)는 미국 제약 대기업으로, 마약성 진통제인 옥시콘틴(OxyContin)을 제작 및 판매하여 21세기 미국에서만 2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초래. 이로 인해 미국 전역에서 퍼듀파마 및 이 회사의 실제 소유주인 새클러 가문(Sackler Family)을 상대로 대규모 집단 소송이 제기되었으며, 총 소송가액으로 치면 한화 1000조가 넘는 규모다.
2. 이 집단소송이 미 전역으로 불길처럼 치솟자, 새클러 가문은 퍼듀파마로부터 약 110억 달러(한화 약 13조 원)를 배당 형식으로 가문의 해외 자산 도피처로 빼돌렸다. 이후 퍼듀파마는 미국 파산법 11장 구조조정(Chapter 11 Bankruptcy filing) 절차를 신청했다. 간단히 말해 법원 도움 받아 파산 절차 밟고 자산 정리하며 빚을 청산하는 과정. 이제 소송에 참여한 원고들은 모조리 채권자(creditor/돈 받아야 하는 사람) 혹은 잠재적 채권자가 됨.
3. Ch 11 신청 즉시, 채무인(debtor/돈 갚아야 하는 사람)의 모든 자산은 신탁 자산(estate)이 된다. 이후 채무인은 (혹은 채무인의 대리자는) 이 estate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획(이하 Ch11 계획)을 세워 법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호주에서도 'Scheme of arrangement'라는 매우 유사한 제도가 존재.
4. 문제는 저 시점에 퍼듀파마는 사실상 껍데기만 남아 채권자들에게 줄 돈이 없었다. 피해자들이 소송에 이겨 본인 몫을 청구해도 이를 구제 가능할지는 미지수. 반대로 평생 천문학적인 소송에 시달리게 된 새클러 가문은 오프쇼어로 빼돌린 110억 달러 중 60억 달러를 파산한 퍼듀파마에 다시 투입하겠다며, 모든 집단 소송에서 자신들을 면책(release)하는 조건을 퍼듀파마의 Ch 11 계획에 포함하였다.
5. 이 Ch 11 계획이 법원의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논란이 일어났다. 핵심 이슈는 제삼자인 새클러 가문이 파산 신청을 하지도 않은 채, 퍼듀파마의 Ch 11 계획에 슬쩍 60억 달러를 끼워 넣고 모든 소송으로부터 면책받으려 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법리적으로 타당한지에 대한 논쟁이 있었고, 최근 6월에 미 연방대법원(USSC)에서 최종 판결이 있었다. Harrington v. Purdue Pharma L.P. (06/27/24) Docket # 23-124
6. Ch11 계획에 넣을 수 있는 조건들은 U.S.C. § 1123(b)가 규정한다. § 1123(b)는 제 3자 면책을 명시적으로 허가하지 않지만, 조커와 같은 역할의 § 1123(b)(6)이 존재한다. 이 subclause (6)에 따르면, "위의 명시적으로 금지되지 않은 항목"의 경우 재판부가 판단하기에 “적절한” 경우 허용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7. 1000조 원이 넘어가는 소송 가액에 비하면 60억 달러(한화 약 8조 원)는 극히 일부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금액은 새클러 가문이 자발적으로 협상테이블에 내놓은, 채권자들이 챙길 수 있는 ‘확실한’ 금액이다. 소송을 진행하더라도 그 결과는 몇 년이 지나야 알 수 있고,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새클러 가 재산 대부분이 해외에 숨겨져 있는 상황에서 그만큼의 금액을 받을 수 있을지조차 불확실한 상황이다. 그래서 commercially and practically speaking, 채권자들에게는 훨씬 유리한 조건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게 도의적으로 타당한 것일까?
8. 결국 재판부는 5:4로 의견이 갈렸고, 60억 달러어치 면책 조건을 포함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실제 법리적 쟁점인 Ch11 신청을 통한 제삼자 (강제) 면책행위의 위법여부에 대해서는 침묵. 결국 모호하게 법률을 제정해 놨으니 국민의 대리인인 국회가 해결하라는 말.
여러분은 저 '60억 달러어치 제삼자 면책조건'이 합법이라 생각하시는가.
위 내용은 법률자문이 아니며 세미나 요약노트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