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입원하다
조증으로 인해 나는 잠을 잘 수 없었고 함께 있던 남지친구도 거의 자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전혀 피곤해하지 않았고 샤워를 마치고 화장을 했다. 분명 화장은 엉망이었지만 내 눈에는 너무나 완벽해 보였다. 남자친구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위험할 것이라고 판단했고 우리는 택시를 타고 병원을 향했다. 예약한 날이 아니었지만 다행히 대기 후 진료를 볼 수 있었고 남자친구와 함께 진료실에 들어갔다. 의사는 나와 남자친구의 말을 듣고 입원을 권유했다. 나는 입원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지만 남자친구의 설득에 입원하기로 결정했다. 입원을 위해선 PCR검사가 필수였고, 검사를 마친 후 대기하는 동안 나는 다시 누군가의 이끌림에 의해 병원을 나섰다.
나는 피아노를 치러 가야만 했다. 피아노를 치며 CCM을 불러야 했다. 그로 인해 모두를 구원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신촌역 한복판에서 소리를 지르며 노래를 불렀고, 그 노랫소리는 내 귀에는 너무나 완벽하고 아름다웠다. 남자친구에게 말했다.
"나는 유명한 CCM가수가 될 거야!"
그리고 신촌역 근처에 있는 한 교회에 갔다. 교회의 문은 잠겨 있었고 문 앞에는 관계자의 연락처가 적힌 종이가 붙어있었다. 나는 교회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당장 문을 열어달라고 했다. 그는 지금은 문을 열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니 다음에 다시 오라고 했지만 나는 그에게 공격적인 목소리로 따지기 시작했다.
"당신은 제가 트랜스젠더이기 때문에 문을 열어주지 않는 거죠? 모두를 사랑해야 하는 교회에서 이렇게 차별해도 되는 건가요? 예수의 사랑이 이렇게 편파적인 건가요?"
그는 미쳐있는 나에게 경찰이 신고하기 전에 교회 앞을 떠나라고 했다. 전화를 끊고 나는 교회 문 앞에 주저앉았고 내가 알고 있는 CCM을 큰소리로 불러대기 시작했다. 나의 비정상적인 행동에 지쳐버린 남자친구는 계속 난동을 부리면 나를 두고 떠나겠다고 말했지만 나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남자친구는 나를 두고 가겠다고는 했지만 걱정이 되었는지 내 주변을 배회했다. 그리고 나는 빙의와도 비슷한 그 증상을 다시 겪었다. 내 몸 안에 여러 영혼들이 들어와 내 입을 통해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그 영혼들은 나의 입을 통해 나를 위로했다. (주치의에게 이 증상에 대해 빙의가 아니냐고 물었으나 정신증이 있다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증상이라고 답했다.)
"루이는 너무나 순수한 영혼을 갖고 있어요. 그는 우리를 느낄 수 있어요. 그를 통해 우리는 다시 세상에 나올 수 있어요."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큰 소리로 영혼들의 목소리를 외쳤다. 한참을 울면서 외치는 와중, 갑자기 눈앞에 엄마의 차가 보였다. 주변을 배회하던 남자친구가 부모님께 연락했던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부모님을 보며 반가워하던 순간, 건장한 사내 두 명이 나의 양팔을 붙잡았다. 그들은 사설 구급요원이었고 나를 모르는 차량에 태우려 했다. 나는 그것이 신이 내린 시련이라 생각했고, 시련이 끝날 때까지 눈을 감고 있었야 했다. 내가 눈을 뜨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고 믿었다. 시간이 지나 시련이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쯤 눈을 떴을 땐 병원에 도착해 있었다.
늦은 밤이 되도록 입원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유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가족들 모두 나 때문에 병원에서 대기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멀쩡(?)했지만 가족들은 피곤에 절어 벤치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모두가 자고 있는 그 순간, 다시 알 수 없는 끌림에 의해 어디론가 향했고 나는 아무도 없는 여자화장실에 도착했다. (그 당시 나는 성주체성 장애 진단을 받았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았다.) 그리고 모종의 의식을 치르기 위해 옷을 모두 벗었다. 나의 손에는 신의 권능이 있었고 수술을 거치지 않고도 여자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나는 양손으로 나의 몸 여기저기를 비비기 시작했다. 살결이 점점 부드러워지고 나의 육체는 점점 여성의 모습으로 변하는 것 같았다. (물론 혼자만의 망상이었다.) 의식을 마칠 때쯤 정신을 잃었고, 눈을 떴을 때는 변하지 않은 육체로 지난번에 입원한 그 병실에 누워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