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이 Apr 16. 2024

조울증 7년 차 (20)

경찰서 대난투극

한 편의점 앞에 쪼그려 앉아있던 내 앞엔 남자 경찰 한 명과 여경 한 명이 서 있었다. 경찰들은 내가 악마의 수장(?)을 협박하고 물건은 강탈했다는 혐의로 나를 연행하려 했다. 하지만 나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남자 경찰이 나를 만지려 하자 소리를 질렀다.


"내 몸 만지지 마요. 성추행으로 고소해 버릴 거예요."


그 경찰은 굉장히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하는 수 없이 옆에 있던 여경이 나의 팔을 부축하며 나를 진정시켰고, 우여곡절 끝에 그들은 나를 경찰차에 태울 수 있었다. 나는 운전하고 있는 중년의 경찰에게 저주를 퍼부으면서 집으로 보내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차 안에서 나를 제외한 모두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나는 경찰서에 도착하고 말았다. 하지만 나는 가만히 앉아 조사를 받을만한 정신이 아니었다. 경찰서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면서 잡귀(?)를 쫓아내기 시작했다. 나를 잡기 위해 경찰서 내 젊은 경찰 여럿이 달려들었다. 나는 그들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입고 있던 모든 옷을 벗어던졌다. 남자 경찰들은 나를 만질 수 없었고 여경들은 나의 힘을 이겨낼 수 없었다.


한참을 나체로 뛰어다니다가 좁은 방에 들어가 문을 잠갔고 그곳에서 담배를 태우기 시작했다. 밖에서 경찰들은 문을 두드리며 나오라고 외쳤다. 결국 그들은 비상키를 가져와 문을 열었고 건장한 남자 두 명에게 양팔이 구속된 채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이 많은 한 경찰이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나의 말에 귀 기울였고 지금 너무 흥분한 것 같으니 자신과 차 한잔을 하며 대화하자고 했다.


나이 든 경찰은 나를 구석진 장소로 안내했다. 커피 한잔을 마시며 그에게 악마들과의 전쟁을 설명했고 악마의 수장인 그녀의 물건을 보이며 당장 집에서가 태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화에 집중하던 그 순간 나의 왼손에 수갑이 채워졌다. 나머지 한쪽은 벽면에 있는 봉에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 나이 든 경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구속되어 있는 그 순간 빙의와 같은 증상을 다시 경험했다. 주변을 배회하고 있는 영혼들은 나의 입을 통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 분은 잘못이 없어요. 인류를 위해 모든 걸 희생한 사람이에요. 당장 놓아주세요. 왜 우리 여신님이 이렇게 고난을 당해야 하는 건가요?"


그리고 새로운 망상이 머릿속에 스며들었다. 경찰서 내에 범죄자가 있다고. 망상의 스토리는 대략 이렇다.


'한 여경이 가슴 성형수술을 했고 상급자인 남자 경찰이 그를 성추행 했다. 그리고 그 범인을 찾아내 상부에 고발해야 한다.'


나는 그 안에 있는 모든 사람 한 명 한 명을 지목하며 범일은 색출하기 시작했다. 범인이 아닌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나의 말을 들은 경찰들은 한 명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사실 퇴근 시간이 다가와서 사라진 것 같다.) 그리고 중년의 경찰 3명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생각한 여경 한 명이 남았다. 범인은 그 중년 남성 3명이었고 나는 그들에게 천벌을 받을 것이라며 험한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남아있던 경찰들 모두 상당히 지쳐있었다.


모두가 지쳐있던 그 순간 부모님이 오셨다. 나의 신분증으로 조회하고 부모님꼐 연락한 듯싶었다. 나는 부모님께 당장 저 세명을 신고하라고 말했다.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던 부모님은 경찰 들과 이야기를 하더니 집으로 가자했다. 나의 수갑을 풀렸고 집에 가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정신병원으로 후송하기 위한 사설 구급차였다.



어느새 20화까지 글을 쓰게 되었네요. :D

부족한 저의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이제 결말(현재)까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조울증 7년 차 (1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