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생각보다 단순할지 몰라

by 진진

일만 하던 일쟁이가 제주에 다녀왔다.

빠듯한 1박 2일의 일정이었다. 하지만 아쉽기는커녕 여유 없는 그 일정에 오히려 감사할 따름.


최근 ‘ 허무 ’에 빠져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십 년의 시간이 통째로 사라진 것처럼 느껴지고 초라하게 남겨진 것은 누군가 나에 대해 물었을 때 자신 하나 설명하지 못하는 나뿐이었던가, 몇 번이고 맥없이 끊어지던 관계들을 억지로 이어가며 얻은 것은 있을까.


혼자인 시간이 익숙하지만 미숙한 모순적인 나는 참 목적과 목적지도 없이 무얼 그리 찾았을까 싶다. 나야말로 빼앗았을지도 모르고. 나에게 집중할만했던 모든 새롭고 즐거웠던 시기를, 인정받으려 의미 없는 노력으로 날려버리고 나서야 덜컥 나는 어떤 사람인가 사춘기 다운 생각을 품는 30대가 되어 버렸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결코 끝이 맺어지지 않는 끊임없는 이야기들을 머리 가득 토해내듯 만들어내

제정신으로 나를 설명한다는 것이 어려울 법도 하다. 그 이유로 최근 나의 일상은 그야말로 태풍처럼 몰아치는 환경에 나를 내팽개쳐 버리는 듯했다.

항상 위로가 되던 나에겐 진리인 ‘ 시간이 해결해 준다 ’는 어디까지 해당되는 것일까? 문제 자체가 간결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고 또 답이 있는 것이 아닌 그저 존재에 대한 ’ 허무‘ 라면. 없는 답을 찾으려 굳이 헛된 애쓰는 나를, 다른 사람들은 궁금해하지도 않을,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초라해질 나를 생각하며 이상한 일상만 한참 지속 되려는 무렵 덜컥 제주 여행이 잡혔다.


서울서는 하루 한 끼도 겨우 먹던 내가 하루에 네 끼씩, 그것도 식지 않은 뜨끈한 밥 네 끼씩 먹으려니 부담이었지만. 그냥 트여있는 풀 밭에 나비만 날아가도 예쁘다며 웃고 떠들고 사진 찍고 카페에 앉아 매일 물처럼 마시던 똑같은 커피를 먹어도 왜인지 웃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태풍이 지나자마자 바로 갔기 때문에 비가 내릴까 걱정했지만 태풍이 남기고 간 안개 때문에 더욱 잊을 수 없는 정말 아름다운 제주였다. 쓸모없는 공상만 잔뜩 해대던 머릿속이 단순해지고 그냥 웃고 떠들고 배부르니 다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느껴졌다.


무엇이 그리 어렵고 엉켜있던 것일까. 결국 고민하던 모든 것들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그저 회복되기에 필요한 시간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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