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악몽을 꿨다.
한동안 그 꿈을 되짚어 보느라 쉽사리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악몽이랄 것도 아닌가 싶다가도 기분 나쁜 꿈을 악몽이라 한다면 그렇게 불러도 되겠다.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할 수 없는 그 생생한 소리가 트리거가 되어 잠은 순식간에 달아나 버렸다. 괜히 불안감에 휩싸인 채, 사람도, 상황도 아닌 꿈속의 소리에 깼다는 사실이 참 얄궂다.
꿈은 아침이 밝자마자 순식간에 희미해지고, 누군가 현관문을 쿵쿵쿵 두드리는 소리에 심장이 벌렁거렸던 그 찰나의 생생하고 섬뜩한 기억만이 남았다.
왜 이런 꿈을 꿨을까.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난 왜 이렇게나 두려웠을까.
누군가 불쑥 찾아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크게 드는 이유가 있을까 싶어 생각해 보니,
그랬다. 어렸을 때에도, 성인이 된 이후에도 그런 잊을 수 없던 상황들이 있었다.
아픈 경험이 없는 이가 누가 있으랴.
내가 하는 행동과 방어기제는 과거가 만들어 낸, 결국엔 나는 과거의 부산물일 뿐일까?
결국에는 꿈까지 만들어내 스스로 못살게 구는 건가 싶었다.
현재가 미래에는 과거인 것을 모르는 사람도 없을 텐데 핑계만 대고 현재와 미래까지 망쳐놓는 것도 더러 보았기 때문에 늘 과거에 얽매여 살지 않으리라 다짐했지만 꿈속에서는 속절없이 당해 버리는 날 보며 시답잖은 꿈에 과도하게 깊은 생각을 하며 한참을 누워 일어나지 못했다.
나는 어린 시절 자란 환경이 녹록지 않았기에 그것을 되려 반대로 '이런 경험도 하고 자랐으니 난 대단한 사람이야. 앞으로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으리라' 스스로 속이며 살았던 것 같다.
서른이 되고 나서야 다른 사람은 내 의지로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과 그토록 원하던 대단한 사람이 되기 위한 길은 멀다 못해 평범하게 살기조차 어려운 세상이라는 것을 알았다.
어쩌면 나의 이런 변변찮은 면모로 나 자신도 바뀔 수 없는 것인지 원래 사람 사는 인생이 그냥 돌고 돌아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인지 몇 번을 더 겪어야 알 수 있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결국에 그 이유는 나 자신보다 사랑했던 사람들을 잃으며 무뎌져야 하는 삶이 너무 가혹해서,
지금껏 살아온 삶은 가진 것에 만족하고 있는 것에 감사하라고 더 원하지 말고 현재에 감사하는 것이 최고라고 가르치고 믿게 만들었는데 나의 그 행복은 사실 가질 수도 없는 가장 어려운 것 같아서, 잃은 것과 얻은 것 중 골라 그것을 동기 삼아 살아야 하는 괴리감에 어질 하다.
그 어떤 것도 정의를 내릴 수 없다가 결론임을 단정 지어 버리면서 오싹하게도 더 갖고 싶은 것이 없다는 결론에 다다르고 퐁당퐁당 하루에도 열두 번씩 바뀌는 내 속내에 바람 빠진 풍선처럼 의지를 잃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