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식

나는 금붕어

by 가는길

이렇게 습하고 무더운 날,

나는 왜 자꾸 가라앉을까

여름이 무거워서 가라앉는 건지,

너의 기억에 잠겨 가라앉는 건지


그냥 한없이 가라앉네

숨조차 더디게 가라앉네


나는 너의 추억 속을 떠도는 금붕어,

붉은 지느러미로 헤엄치며

자꾸만 같은 곳을 맴돌아


놓아줘야 하는데,

잊어야 하는데,

너의 이름만은 놓지 못해


무겁게, 더 무겁게,

추억 속으로 다시 가라앉네


여름의 열기 때문일까,

너 없는 빈자리 때문일까

나는 또 한 번,

너한테 잠식되어 가라앉는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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