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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선 May 09. 2023

유쾌한 Mr.G

오! 슈퍼칼리프라길리스틱익스피오리도시우스

Z를 만나면 무슨 이야기가 터져 나올지 늘 기대감이 상승한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둘째 아이의 3학년 학기 초에 열리는 '학부모의 밤' 에서이다. 이 날은 담임 선생님 소개, 학교 학사 일정과 캠프 계획을 의논하는 시간을 갖는 날이기에 반 친구들의 학부모들과도 유일하게 인사 나눌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 저는 Mr. G입니다. 작년엔 Mr. F, 내년에는 Mr. H라고 할 예정이에요. 하하 농담입니다. 제 이름은 Z이고, G로 시작하는 성이 길어서 아이들이 Mr.G라고 불러주기 시작했어요.

전, 캐나다에서 십 년 플러스 전에 왔어요. 제게는 두 아이와 강아지 그리고 예쁜 아내가 있죠. 참 아내는 리투에니아 사람이며, 저흰 베르겐에서 살다가 콩스베르그로 작년에 이사 왔습니다. 국제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지는 꽤 오래되었어요. 한국등 아시아와 유럽 쪽을 돌아다니며 오랫동안 가르쳤는데, 결혼 후 노르웨이에 정착하게 되었어요."


길었던 그의 소개를 요약하면, 그는 국제결혼을 했고, 국제학교 교사이자, 캐나다 사람이며 Mr. G 인 것이다.


10월, 나는 학교에 다시 복직하게 되었고, Mr.G와 수업준비를 하며 만나게 된 것은 학부모의 밤 이후로 처음이었다.


우리는 농담 따먹기를 할 정도로 깊은 이야기를 많이 나누거나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아이의 담임이며 한국음식을 좋아하는다는 주제를 두고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고는 했다.

Mr.G를 그의 이름인 Z로 부르게 되자 그와 나는 만나면 농담 따먹기, 티카타카가 할 사이가 되었다.  


"안녀옹 M, 오늘 우리 반 수업이지?

“한국말 알고 있네. 발음이 꽤 정확한데?”

“그럼, 난 한국 음식도 좋아하고 한국어도 좋아해. 내가 김치 사오면 냄새난다고 아내가 싫어하는데 난 라면 먹을땐 김치가 필요해.“

“참 오늘 우리 반 학생들과 쉬는 시간에 네 이야기했어. 새로 오는 미술 선생님이 J 엄마라고. 참, J에게 Ms.MJ (미술교사인 나를 말하는 것이다)을 수업시간에 어떻게 부르니?라고 물었는데 네 아이가 뭐라고 대답한 줄 알아?"

"이거 퀴즈야?"

"그냥 생각해 봐."

"음... 다른 아이들처럼 Ms.M? Ms? "

"MUM, 이지 뭐야. 하하하"

그를 만나면 웃을 일이 끊이지 않는다.


복직을 하고 얼마 되지 않았는데 둘째 아이가 하교 후 Mr.G가 아파서 며칠 못 온다고 했단다. 왜 그런지 아냐고 하니, 아마도 가족끼리 수영을 하러 갔는데 보청기가 빠져서 그걸 고쳐야 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몇 주 후 그와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전까지 몰랐던 그의 귀 깊숙이 보청기가 끼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한동안 아팠는지 눈이 빨갛고 핼쑥해 보였다. 보청기 고쳤냐고 물었더니, 보청기는 멀쩡한데 귀에 물이 들어가 오랫동안 고열로 아팠다고 했다. 또한 양쪽 시력이 다른 렌즈를 실수로 바꿔 끼어 눈이 안 보였고, 렌즈가 바뀐 줄 몰라 비벼서 눈에 상처가 나서 아팠다고 설명했다.

Mr.G는 본인이 렌즈를 잃어버리고 보청기가 고장 나면 분명 좀비처럼 돌아다닐 테니 학교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면 렌즈를 꼭 찾아달라고 했다.

귀와 눈이 매우 약하다는 말이었다. 한참을 웃고 대화했는데 이는 그의 귀와 눈이 건강을 해칠 만큼 심각하고 좋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이렇게 심각한 상황을 재미있게 설명하는 그가 처음엔 신기했는데 그로 인해 나는 그를 편하게 대할 수 있었다. 그 때문인지 그의 특별한 아이도 평범해  보였는지 모르겠다. 2년 동안 아이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오히려 그의 아이가 다른 줄도 몰랐다. 첫째 아이를 통해 Mr.G의 아이가 경도 자폐 스펙트럼이 있다 것을 듣게 되었다. 첫째 아이의 말에 따르면 반 친구인 S는 자폐가 있지만 기억력이 유난히 좋고 친절하며 유머가 넘치는 재미있는 아이라고 설명했다. 아마도 그의 부모인 Mr.G의 유쾌함과 긍정적인 생각이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끼친 것 같았다.




말하는 것을 좋아하고 수수께끼나 퀴즈를 유난히 좋아하는 둘째 아이는 Mr.G를 만나고 열 배 정도 더 수다스러워지고 유쾌해졌다.


방과 후 새로운 수수께끼를 우리에게 알아맞혀 보라고 하거나 학교에서 있었던 재미있는 이야기나 이벤트를 종종 말해 주었다. 퍼즐과 수수께끼를 좋아하는 톰슨 씨의 영향을 받기도 했지만, 아이가 내주는 수수께끼는 점점 수준이 높아져서 톰슨 씨도 못 맞출 정도가 되었다.


아이는 언어에 소질이 있어 보였다. 종종 다른 언어들을 혼자서 연습하기도 한다. 모국어가 영어가 된 만큼 아이의 말은 나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어느 날 아이가 노래를 부르면서 한참 동안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아이는 반친구들을 위해 노래를 부르며 가사를 적고 있는 것이었다.

저학년인 아이가 적는 노래면 동요정도라고 여겼는데, 친구들이 가사가 어려워 외우지 못해서 Mr.G만 부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도대체 그 노래가 뭘까. 궁금했다. 아이는 ‘과연 엄마는 부를 수 있을까’ 하는 짓궂은 얼굴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엄마 이 단어 말할 수 있어요? supercalifragilisticexpialidocious~ 슈퍼칼리프라길리스틱익스피오리도시우스”

“어??? 그게 뭐야…?”

“엄마 메리 포핀스 Mary Poppins에 나오는 노래인데 몰라요?” “영화는 봤어요”

“영화는 보았는데, 이 단어는 모르겠어. “

“내가 불러줄게요. 엄마도 해봐요.”

“잇츠 슈퍼칼리프라길리스틱익스피오리도시우스 ….. “

It's supercalifragilisticexpialidocious
Even though the sound of it is something quite atrocious
If you say it loud enough you'll always sound precocious
Supercalifragilisticexpialidocious
Um-dittle-ittl-um-dittle-I
Um-dittle-ittl-um-dittle-I
Um-dittle-ittl-um-dittle-I
Um-dittle-ittl-um-dittle-I

아이는 군가를 부릇 딱딱 떨어지는 들어보지 못한 1절 가사를 즐겁게 되뇌며 내게 따라 부르 던 지 흥을 돋는 몸짓을 해보라는 표정을 내 보였다. 도무지 따라잡을 수 없는 아이의 유머스러운 몸짓과 노래에 나도 모르게 ‘하하하하’ 하며 크게 웃고 말았다.  그야말로 유쾌한 선생님의 제자 유쾌한 아이였다.

아이가 2절을 시작하려고 하자, 톰슨 씨가 ‘오!! 잇츠 슈퍼칼리프라길리스틱익스피오리도시우스 ….. “

Oh, supercalifragilisticexpialidocious
Even though the sound of it is something quite atrocious
If you say it loud enough you'll always sound precocious
Supercalifragilisticexpialidocious
Um-dittle-ittl-um-dittle-I
Um-dittle-ittl-um-dittle-I
Um-dittle-ittl-um-dittle-I
Um-dittle-ittl-um-dittle-I

2절을 합창하지 않겠는가. 둘이서 재미있다면서 누가누가 안 틀리나 하며 즐겁게 부르는 모습이 마치 뮤지컬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재미있어 보이지만 외우지 못할까 따라해 보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나에게 그저 너무나도 심각한 시험처럼 느껴졌다.


아이는 내게 말했다.

“엄마 이건 농담처럼 하면 되요. 외워야 하는 가사가 아니고 재미있게 부르는 노래요. 히히히”


다음날 학교에서 수업을 하기전  Mr.G에게 아이가 학교에서 알게 된 노래를 연습하고 있다고 말하자 그도 말했다.

“아, 슈퍼칼리프라길리스틱익스피오리도시우스!!??? 네 아이가 정말 좋아하는 노래야. 반에서 오직 혼자만 통째로 외우고 있지 하하하 “

유쾌한 그를 만나자 기분이 좋아졌다. 아이가 잘하는 것을 귀찮아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반응해 주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머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늘 심각한 나는 누구의 영향을 받았을까. 아이들에게 내 생각을 좀 더 유머스럽게 전달할 수는 없을까. 톰슨 씨는 내가 무엇이든 심각하게 받아들이거나,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아이들은 내가 늘 무섭고 어렵다고 한다. 나는 왜 좀 더 부드럽고 유쾌하지 못할까.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나도 유쾌한 Mr.G처럼 ‘슈퍼칼리프라길리스틱익스피오리도시우스‘ 를 즐겁게 되내이며 아이와 신나게 불러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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