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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선 Sep 15. 2023

스웨덴 케이크

엘리스의 생일


“선생님 오늘 점심시간에 뭐 하는 줄 아세요?”

“오늘 엘리스 생일이에요. 생일 파티 하지요..”

“와 신난다!!!!”


미술 수업 뒤에 있는 점심시간에 모두들 들뜬 얼굴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과 함께 2학년 교실로 올라갔다.

2학년 엘리스라는 학생의 6번째 생일날이었다. 스웨덴에서 온 엘리스의 엄마가 부탁한 대로 오늘은 점심시간은에 생일파티를 하기로 한 모양이다. 교실문을 열자 책상들을 모아 만든 생일상이 차려져 있었다. 깔끔한 테이블보위에 엄마가 만든 음식과 케이크가 놓여 있었다. 천도복숭아를 잘게 자른 후 익힌 쿠스쿠스와 섞은 음식 위에 오븐에서 구운 듯한 닭다리가 넓고 둥근 쟁반 끝을 따라 놓여 있었다. 음식도 눈에 띄었지만, 멀찌감치 놓인 생일 케이크가 2 개보였다. 파이인지 빵인지 모를 얇은 생일 케이크였다. 빵보다 양이 더 많아 보였던 생크림과 블루베리, 산딸기 등 각종 베리류를 위에 얹은 채 예쁜 케이크 디쉬에 놓여 있었다. 딱 봐도 집에서 만들어 온 빵이다.


학생들을 2학년 교실에만 데려다주고 휴게실로 가려고 했는데, 엘리스의 엄마와 할머니가 파티에 함께 있어주면 안 되냐고 나를 붙잡았다. 생각지 못한 생일파티에 초대된 나는 아이들과 앉아 처음 먹어보는 북유럽 음식을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오독오독 씹히는 천도복숭아와 잘 어울리는 오돌톨톨한 쿠스쿠스의 식감이 꽤나 매력적이었다. 쿠스쿠스의 정체를 몰랐던 나는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하였다. 구운 닭다리와 쿠스쿠스를 먹으니 이미 허기진 배가 반 이상은 채워진 느낌이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생일잔치의 하이라이트인 생일 케이크도 맛볼 수 있었다. 도톰한 생일 케이크나 바삭거리며 촉촉한 파이류는 많이 먹어 보았지만, 카스텔라처럼 푹신푹신하면서 케이크 같은 빵은 처음이었다. 엘리스의 엄마는 외할머니가 알려준 케이크 레시피로 만든 케이크라고 했다. 아이들을 위해 만든 것이기 때문에 과일이 들어가고, 베이킹파우더나 소다를 넣지 않는 것이 특이점이며 그런 이유로 빵이 얇다고 하였다. 

 

달콤한 바나나 향이 스며들 때면 통통한 블루베리가 톡톡 터지면서 부드러운 빵과 섞이는 것이 정말 맛있었다. 굽고 나서 식힌 후 얹은 산딸기까지 얹으니 그야말로 독특한 맛의 케이크 같은 빵이었다.

내가 연신 감동하며 먹자 엘리스 엄마는 케이크 레시피를 적어 내 손에 쥐어 주었다.

봄이 아직 오지 않았던 추운 겨울, 엘리스의 생일날 엄마표 케이크와 핫쵸코로 아이들은 소박하지만 따뜻하고 즐거운 점심시간을 가졌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내가 홈베이킹을 하게 된 이유가 말이다. 엄마표 케이크가 얼마나 아이에게 자랑스러웠는데, 맛있었는지, 행복했는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쉽게 맛볼 수 있는 맛있고 부드러우며 예쁜 케이크가 없어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아이와 함께 만들 만큼 쉽고, 아이가 먹어도 될 만큼의 설탕이 조절되었기 때문이다.  


엘리스의 생일날 맛본 생일케이크는 스웨덴 케이크라고 적어 두었다. 사실 생일 케이크라고 하기엔 터무니없이 얇고 작아서 생일 케이크로 만든 적이 거의 없다. 너무나 쉽고 간단하여 아이들 간식용으로 만들기 시작하였다. 둘째 아이가 유난히 먹성이 좋고 달달한 간식거리를 좋아하는데 스웨덴 케이크라고 하면 신나 한다. 그만한 (달지만) 영양 간식이 없다.


이 스웨덴 케이크는 케이크용 핸드믹서조차 필요하지 않다. 

달걀 거품기, 포크, 믹싱볼 2개, 스페출러 정도 있으면 된다.

케이크를 만드는 방법을 특별히 배운 적이 없다. 하지만 오랫동안 만들다 보니, 어떠한 케이크든 잘 섞는 게 중요하고 잘 섞기 전에 할 일은 마른 재료와 젖은 재료를 따로 준비하여 천천히 섞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통 젖은 재료에 섞을 수 있는 것들은 계란, 버터, 우유, 물, 설탕, 크림, 시럽, 바닐라 엑스트렉 등 함께 섞을 수 있는 재료를 말하며 마른 재료란 밀가루, 이스트, 베이킹파우더, 베이킹 소다 정도를 말하는 것이다. 정확한 재료명은 잘 모르겠지만 이 정도로 구분하니 더 쉽게 만들게 되었다. 젖은 재료들을 섞을 때 재료의 온도 차이가 크면 잘 안 섞이기 때문에 홈 베이킹 하는 선배 엄마들은 내게 계란, 우유, 버터등을 미리 꺼내 두라고 조언하였다. 가루들도 체에 미리 걸러 젖은 재료들과 섞을 때 뭉치지 않는 게 좋다고 알려 주었다. 그들도 그들의 엄마에게 배운 대로 내게 말해 주는 것이라 정확한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만들다 보니 케이크 믹서를 사용하지 않을 때 한결 편하게 만들 수 있었다.


첫 번째 믹싱볼(마른 재료) 꺼내 밀가루 한 컵을 체에 걸러둔다.

두 번째 믹싱볼에 젖은 재료를 준비한다. 먼저 달걀 2개를 잘 풀고, 설탕 1컵, 녹인 버터 75그람을 함께 빨리 섞는다. 그 후 따로 으깨놓은 큰 바나나 한 개를 (한 개 이상 넣으면 빵이 물러지니 1개면 충분하다) 섞는다.

체에 내린 밀가루를 조금씩 두 번째 믹싱볼에 부어 섞는다. 잘 섞은 반죽을 빵가루를 뿌려 둔 오븐용 그릇에 담는다. 빵가루가 없다면 오븐그릇에 버터를 발라도 된다. 오븐그릇에 담은 반죽에 블루베리를 원하는 만큼 휙 뿌려 넣는다. 200도에 20분 정도 구운 후  포크로 찔러서 촉촉한 상태면 완성이다. 바로 먹으면 따뜻한 카스텔라보다 더 부드러운 계란빵 느낌이다. 식은 케이크는 달콤한 바나나 맛이다.

구운 케이크를 식은 후 크림을 올리고 자른 바나나 혹은 산딸기등의 생과일을 올려 먹는 것도 좋다.


엘리스는 이제 만 17살이 되었을 것이다. 아이의 생일상에서 맛본 그 케이크가 오랫동안 우리 집 아이들의 간식거리가 될 줄이야. 아침에 보니 물러진 바나나가 하나 보였다. 아이들이 하교하면 스웨덴 케이크를 함께 만들어야겠다.


스웨덴 케이크 재료
달걀 2개, 설탕 1컵, 녹인 버터 75그람, 밀가루 1컵, 빵가루 2스푼, 오븐그릇, 적당한 양의 블루 베리, 잘 익은 바나나 1개, 보울 2개,
옵션: 장식용 산딸기, 파우더 슈거, 생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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