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봄이 오는 소리

지금은 노르웨이

by 파란선

4월이 되자 새순이 돋아나고 푸른 잎이 보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해가 길어지고 있었다. 새로 이사 온 집안은 추웠지만 견딜만했고, 장작을 안 피우는 날들도 있었다. 눈이 오기는 했지만 하루 이틀 오면 그치는 날이 더 많아졌다. 적막한 소리보다 새소리가 많이 들리고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집 근처 가든샵에 방문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봄은 오고 있는데 마음은 크게 동요되지 않았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동네가 조용하고 재택근무 중이라 하루 종일 집집마다 굴뚝에 연기가 피어오른다.

봄이면 조금 더 따뜻하면 좋으련만 여전히 영하 10도 안팎이다.


여전히 몸도 마음도 춥다.


짝꿍과 아이들을 출근시키고, 낮에는 일층 작업실에 앉아 아이들 픽업 시간 전까지 할 일을 한다. 이삿짐을 풀기 싫어서 그냥 내버려 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들이 많았다. 추운 봄 말고 덜 추운 여름이 어서 오길 바라본다.


5월이 되어 눈이 녹았다. 이번에는 깻잎을 키워보리라 작정을 하고 심었는데 집안이 추워 싹이 나오지 않았다. 지인이 계란판에 싹을 틔워 준 것은 추운 집안 공기에 살아 남지 못했다. 다시 부탁해서 12 뿌리를 받아서 집에서 제일 따뜻한 온돌바닥이 있는 화장실에 두었더니 지난번에 심었던 씨앗도 발아하고, 싹이 자라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한참을 키워 마지막 눈이 내린 5월 말에 바깥에 설치해둔 온실에 내놓았다.

봄이 오는가 했더니 여름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