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노르웨이
여름이 시작된 6월 초엔 낮에는 25도 이상으로 덥기까지 하였다. 아이들은 이미 노을이 지는 것을 보는 것은 포기했고, 자정이 되어도 해가 남아 있기에 나도 아이들도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하였다. 그렇지만 길고 어두운 겨울을 보내면서 여름 해가 떠있는 이십여 시간은 너무나도 소중하다는 것을 배웠다.
마당에 설치해 둔 온실에서는 하루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는 깻잎 12 뿌리와 딸기 6 뿌리가 있었고, 추운 날씨를 겨우겨우 비집고 싹이 튼 상추, 당근, 파프리카, 고추, 바질, 부추, 브로콜리가 힘겹게 온실 밖에서 서늘한 아침저녁 날씨와 싸우면서 자라고 있었다. 다행히 6월 중순부터는 밤에도 15도 이상의 영상 온도가 유지되는 아름다운 여름이 시작되었다.
7월은 우리 가족이 아제르바이잔 근무를 마치고 노르웨이로 이주한 지 일 년이 되는 달이다.
노르웨이에서의 일 년을 꽉 채운 우리는 코로나 덕분에 아직도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확실한 것을 알고 있다.
노르웨이의 여름은 짧지만 아름답다는 것.
여름이 시작된 때부터 하루하루가 소중하다는 것.
해가 쨍쨍한 밝은 날들을 열심히 즐기고 행복해야 한다는 것.
노르웨이의 여름은 고작 두 달이라는 것.
우리는 봄에 피고 지는 민들레 꽃을 보며 여름꽃을 맞이 했고, 우리 집 뒷마당엔 푸르름이 가득한 가운데 피어난 스멀튼(야생딸기), 블루베리, 그리고 벌들이 가득해졌다. 날씨가 밝은 날들에는 잔디 깎는 소리가 온 동네를 울려댄다. 동네마다 있는 호수가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깊은 숲 속에서 시작되는 길쭉한 호숫가에는 캠핑하면서 카약과 카누를 타고 호수를 누비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인구가 적어서 아무리 등산을 많이 한다고 해도 붐비는 사람들을 보기란 쉽지 않다. 우리는 로컬들이 어릴 때부터 다닌 곳들을 찾아 다른 곳보다 더 조용한 호숫가에 텐트를 치고 쉬다가 낚시를 하거나 수영을 하는 시간을 보낸다.
이보다 더 한가롭고 행복할 수가 없다. 모든 시간이 멈춘 마냥 우리는 각자 할 일을 찾아 한다. 그냥 잠들거나 책을 읽거나 먼산을 본다. 더우면 수영을 하고, 때때로 낚싯대에 걸리는 생선을 잡아 구워 먹기도 한다. 집에서 들고 온 휴대용 그릴에 소시지와 빵을 구워 먹고, 뜨거워서 다시 물에 뛰어든다.
여름휴가를 떠나는 7월 중순 전까지 우리는 매주 뒷마당에서 무성히 자란 상추와 깻잎을 뜯어 쌈도 싸 먹고, 베리를 따서 케이크를 만들어 먹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노르웨이의 여름은 우리에게 먹을거리와 함께할 시간을 무제한으로 안겨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