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에서의 첫 캠핑

캠핑, 오랜만이야

by 파란선

노르웨이에 와서 새로 이사 간 후 짐을 제대로 풀어보니 캠핑장비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어려 자주는 못 갔지만 종종 갔던 캠핑이었고, 노르웨이나 뉴질랜드처럼 캠핑이 인기 있는 지역이 아니었던 아제르바이잔에서도 캠핑을 두세 번 아이들과 함께 갔던 것 같다.


이번에는 지난주에 옆집 지인과 함께 답사 갔었던 øksne호수가로 갔다. 호수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모기와 개미가 거의 없는 곳으로 정하고 온 것이다. 캠핑 간 당일날은 답사 갔던 날과 다르게 바람이 많이 불어서 기온이 뚝 떨어졌다.


오전 11시에 어디에 텐트를 칠 건지 보다가 한 시간이 후딱 지나 점심때가 돼서야 텐트를 쳤다.

그때 함께 답사했던 가족이 우리 텐트 친 곳으로 카누를 타러 왔다. 그런데 생각보다 날씨가 추워서 본인 옷 가지러 다시 간다고 나에게 담요, 겨울 재킷과 오리털 침낭을 가져다주겠다고 한다. 우리는 아직 오리털 침낭을 사지 않았는데... 우리에게 따뜻한 친절을 베풀었다. 6월 초인데 설마 오리털 침낭이 필요하겠어..라고 생각했는데, 밤에는 영상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일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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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과 아이들이 도와 텐트를 치고 라면을 끓여서 점심을 해결했다. 라면 4개를 가스불에 차례대로 끓이느라 오후 1시가 지난 후에서야.. 나는 라면을 제일 꼴찌로 첫끼를 해결했다. 짝꿍과 나는 한참을 앉아 햇빛을 받으면서 멋진 호수 감상을 하며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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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바람 때문에 낚시도 안되고 차가운 기온 때문에 수영도 안 한다고 하면서 지루해했다. 둘째 아이는 설거지를 했고 첫째 아이는 낚시하러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이웃집 지인 Thuy가 금방 돌아왔고, 아이들에게 카누를 타보라고 권했다. 그녀의 남편과 아이들이 카누를 탔고 둘째 아이가 너무 재미있어했다. 나는 그녀의 다른 친구가 가져온 카약을 탔는데 그 또한 괜찮았다. 호숫바깥은 바람이 엄청나게 부는데 호숫가 안은 잔잔했다. 한참을 호숫가 안에서 카누와 카약을 번갈아 타고 나오자, 추웠는지 이웃집 Thuy도 그녀의 친구 가족도 모두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서둘렀다. 우리는 5시가 넘어서야 맥주와 와인을 과자와 곁들여 마시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는 소시지와 삼겹살을 구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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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화장실이 없는 이곳에서 맥주로 고생하고 싶지 않아 레드와인으로 대신했다. 저녁 7시가 되자 아이들은 춥다며 텐트 안에서 들어가 카드 게임도 하고 책도 보고 노는 듯하더니 잠잘 준비를 한다. 그러다가 저녁 9시 즈음에 모두 잠들었다. 해가 너무 밝아서 책을 읽다가 자정이 되어서야 눈을 감으려고 누웠다. 내 생각엔 해가 안 졌던 것 같다. 계속 밝았다. 백야였나. 보통 두 시간은 어두운 밤 아니었나…


텐트 안은 밖과 다르게 고요하고 따뜻했다.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아이들이 6시쯤 기상해서.. 나도 억지로 일어났다. 바람이 잦아들어서 호수가 잠잠했다.

자는 내내 들려오는 새소리, 물소리... 참 간지러웠다. 따스한 간지러움.

음악도 없었고, 휴대폰도 오후에 꺼졌으며.. 친구도 없었지만..

좋았다.

처음으로 오리털 침낭에서 잤는데.. 세상에 이렇게 따뜻할 수가. 너무 다른 온도 차이. 솜과 오리털 차이구나! 오늘 당장 오리털 침낭 두 개를 사리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