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캐시 프리

지금은 노르웨이

by 파란선

노르웨이에 처음 도착한 날부터의 은행 계좌를 열기 전 세 달 동안은 불편함의 연속이었다.


입국 시 우리는 직장의 고용 계약서, 거주비자와 거주 허가 레터만 있었지, 거주권은 입국 후 신청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처음 고용된 외국인이 입국 후 제일 먼저 할 일은 심카드 구입 후 UDI (노르웨이 이민국)와 약속을 잡고 거주 허가증(주민등록증)과 P넘버(주민번호)를 신청을 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있어야 은행계좌 신청을 할 수가 있고, 은행 계좌가 있어야 뱅크 아이디(공인인증서)를 받고 신용조회를 받아 주택이나 차 구매 시 계약을 할 수가 있다. 또한 뱅크 아이디가 있어야 공적인 모든 것을 진행할 수가 있다. 가족이 있는 집이라면 혹시라도 모를 아이들을 위하여 병원을 미리 알아두어야 하는데, 주민으로 등록이 되어야 주치의 지정도 하고 해당 병원도 갈 수가 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불편한 것은 바로 현금 사용이었다. 집에서 캠핑 중이라 필요한 것이 너무 많았지만, 매번 신용카드로 살 수도 없고, 현금이 모두 뉴질랜드에 있어 신용카드로 쓰지 않는다면 매번 현금으로 빼서 써야만 했다. 더욱이 계좌가 없으면 월급조차 나오지 않으니 불편함은 이루어 말할 수가 없었다.


이에 더해 노르웨이는 캐시 프리 문화가 발달되어 있다. 많은 상점들이 현금을 선호하지 않는다. 또한 주민들 대부분 체크카드를 사용한다. 하물며 만 6세 이상 어린이도 은행에 계좌가 있으면 비자카드 미성년자용 체크카드를 발급해 준다.


노르웨이인의 7월 휴가로 우리가 6월에 신청한 UDI(노르웨이 이민국)와 약속은 7월 28일에나 이루어졌고, 주민번호와 거주증등 중요한 서류는 8월 초에 해결되었으나 은행계좌는 바로 열 수 없었다. 아예 외국인에게 계좌를 열어주지 않는 은행도 있었고, 최소 계좌를 여는데 두 달에서 여섯 달이 걸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신랑의 직장 포지션은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국제학교 디렉터로 매우 확실한데도 불구하고, 8월부터 신용조회가 들어가 6주가 걸려 겨우 계좌를 열 수 있었다. 우리는 첫 월급도 10월 중순에서야 몰아서 처음 받았다. 듣던 대로 직장 주변 동료들 중 계좌 여는데만 6개월이 걸렸다는 이도 있었다.


신랑 계좌를 열고 난 일주일 후 나와 아이들의 계좌도 열었으며, 입국 후 3개월만에 우리도 캐시 프리를 하는 그룹에 낄 수가 있었다. 유럽 생활 15년 만에 처음 겪은 그토록 어려운 은행 계좌 열기 경험이었다.


노르웨이 상점에서 현금을 쓰면, 직장이 없어서 은행계좌를 못 열었거나 외국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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