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은 부모를 닮는다.
유전자에 의해 이미 많은 것이 결정된다 해도, 후천적으로 아이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 역시 부모이다. 같은 생활공간에서 지내며 매일 보고 듣고 함께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길기 때문이다.
영아기(0~2세)에는 반복해서 들은 ‘엄마’, ‘아빠’라는 단어를 따라 하며 언어를 익힌다. 이어 유아기(3~6세)가 되면 부모의 행동을 흉내 내며 ‘엄마 아빠 놀이’를 하고, 그 과정을 통해 사회적 역할을 배운다. 아동 전기(6~8세)에는 “엄마가 책을 읽으니 나도 읽어야겠다”와 같은 직접적인 모방 효과가 뚜렷하다. 그리고 아동 중기(8~11세)에 이르면 부모의 칭찬과 격려가 강력한 학습 동기로 작용하며, 인정받고자 하는 행동이 두드러진다.
특히 초등학교 고학년 이전까지는 부모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시간적으로도, 밀도 면에서도 부모만큼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존재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모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는 아이의 행동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는 않다. 누구나 아이 앞에서 최선의 모습을 보이고 싶지만, 부모 역시 한 사람으로서 지치고 무너지는 순간이 있다. 소파에 쓰러져 단것을 먹으며 휴대폰을 보고 싶을 때도 있고, 특히 지금 세대 부모들은 디지털 기기에 익숙해 그것을 멀리하기란 더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휴대폰과 같은 자극적인 매체가 아이들의 학습과 성장에 방해가 된다는 점이다. 짧고 강한 자극에 익숙해지면 집중력과 사고력이 약화되고, 깊이 있는 독서나 탐구 습관이 자리 잡기 힘들다. 그래서 많은 부모가 통제 앱을 설치하거나 시간을 제한하지만, 일단 그 세계를 경험한 아이는 책 보다 스마트폰과 유튜브에 더 끌리기 마련이다.
결국 답은 통제가 아니다. 어차피 학교 친구들도 모두 휴대폰을 쓰는 현실 속에서 완벽한 차단은 불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집에서만큼은 자연스럽게 차분하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부모가 책을 읽고, 무언가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영향을 받는다. 완전히 지키기 어렵다면, 최소한 아이 앞에서는 그런 ‘척’이라도 해야 한다. 아이가 공부할 때 부모 역시 옆에서 의미 있는 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이는 결코 쉬운 조건이 아니다. 그리고 당장 큰 변화를 느끼기도 어렵다. 그러나 우리가 아이가 된다면 어떨지 생각해 본다면 쉽게 알 수 있다.
“공부해라”라는 말씀 뒤, TV를 시청하시는 부모님.
“핸드폰 하지 마라” 하면서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는 부모님.
아이들은 부모의 속마음을 모른다. 낮에 회사에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가족을 위해 얼마나 헌신적으로 일했는지 알 길이 없다. 아이의 눈에 비치는 것은 오직 겉으로 드러난 모습뿐이다. (극단적인 설명이나, 아이의 통찰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아이가 더 나은 길로 가길 바란다면, 부모가 먼저 그 길을 보여주어야 한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아이들은 언제나 부모의 모습을 닮아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