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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주인이 되는 법

인식하는 나 vs 의식하는 나

by 아름다움이란

지담작가님의 인문학 강의 (2025.2.2. 유튜브 라이브스트리밍) 후, 강의 내용을 복기하며 적은 편지입니다.



요즘 엄마는 배움의 필요성을 너무 절실히 느끼고 있어. 자꾸 배움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엄마가 너희들은 잘 이해가 안될거야. 노트북을 앞에 두고 강의를 듣거나 무엇인가를 쓰고 있으면 ‘엄마는 공부하는게 좋아?’라고 물으며 신기해 하기도 했잖아. 학생이기에 하기 싫은 공부를 어쩔수 없이 해야 하는 너희들에게 ‘엄마는 공부가 제일 재밌어’라고 농담처럼 던지면 그럴 수는 없다며 어이없어 하는 눈빛을 보내는 반응이 재미있어서 엄마가 더 과장해서 얘기하곤 했었어.


엄마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머리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배움이야. 너희들이 지금 하고 있는 것처럼 영어 단어를 외우고, 수학 문제를 척척 풀어내는 배움이 아니라 마음이 더 단단한 엄마로 살아가기 위한 배움이지. 그것이 인문학이라고 생각해서 지담선생님께 주말 아침 인문학을 배우기로 결정한거야. 워킹맘이기에 유일하게 늦잠이 허용되는 주말이지만 이 배움이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 엄마는 잠시의 주저함도 없이 늦잠을 포기하기로 마음먹었어.


그래, 엄마는 오늘부터 인문학을 공부를 하기로 했어. 인문학은 인간과 관련된 근원 문제와 사상 등을 광범위하게 다루는 영역이기 때문에 범위가 정해지지도 정답이 존재하지도 않지만 그 광범위한 영역을 두루두루 탐구한다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윤리나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도덕적 기준을 가지게 될 것이고, 그렇게만 된다면 좀 더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엄마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 엄마의 공부는 나 스스로를 위해서도, 우리 가족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일거야.


엄마는 지금 인생의 절반쯤으로 향하고 있는 것 같은데 살면서 많은 위기와 갈등의 순간들이 있었어.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위기의 순간들이 찾아올까? 그때마다 이랬다 저랬다 갈팡질팡 하는 엄마 대신에 명확한 기준을 가진 엄마가 되고 싶었어. 그렇게 된다면 불안이라는 녀석이 비집고 들어오지도 못할 것이고, 어떤 결정을 한 후에는 미련과 후회를 줄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너희들에게도 위기의 시간이 찾아온다면 든든한 조언자가 되어 줄 수도 있겠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존재해야 하고,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이해하고 너희들이 세상과 잘 연결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 편협함에 너희를 가두지 않고 살아가면서 만나게 될 많은 사람들, 그리고 저 넒은 세상과 두려움없이 연결되도록 하는데 분명 도움이 되는 시간일거야.


배움의 시간은 생각보다 길어질 수도 있어. 어쩜 평생 해야할 수도 있지만 엄마는 기한을 두지 않고 거북이처럼 느리지만 겸손하고 성실하게 걸음을 떼려고 해. 엄마에게는 먼저 그 길을 걸어가고 있기에 방향을 제시해 주는 안내자가 있고, 함께 출발하는 동행자도 있고, 바로 뒤따라 오겠다며 먼저 출발하는 우리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응원자가 있어서 너무 든든하고 설레기도 해.


지금부터 엄마가 성장해가는 과정을 지켜봐 줘.



오늘은 인식과 의식에 대한 배움이 있었는데 너희들에게도 들려주고 싶어. 자주 사용하는 말이지만 엄마도 그 둘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더라구. 좀 어렵지만 너희가 이해할 수 있게 최대한 쉽게 얘기해볼게.


인식은 우리가 외부 세계에 대한 정보를 감각을 통해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과정이야. 눈을 통해 빛을 감지하고, 귀로 소리를 듣고, 피부로 느끼는 것이 인식의 시작이래. 그런데 단순히 감각을 통해 정보를 얻는 것을 넘어서, 인식은 뇌에서 정보를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을 포함해. 이 과정에서 우리의 과거 경험이 쓰이는데 그 경험들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주관적인 해석이 들어가게 마련이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머릿 속에 자리잡게 되는 거야.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사람들이 다르게 해석하거나 반응할 수 있는 이유는 인식 과정에서 주관적인 경험과 해석이 들어가기 때문인데 좀 더 쉽게 설명해볼게. 너희들은 어릴 때부터 동물을 참 좋아했잖아. 이모가 키우는 강아지 군이가 참 순하고 예뻐서 엄마한테 강아지 키우고 싶다고 조르곤 했어. 너희들은 강아지에 대한 좋은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두려움이 없고, 길에서 다른 강아지를 보더라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지. 눈 한 번 마주치고, 머리 한 번 쓰다듬어 주곤 했지. 그런데 어떤 아이들은 강아지만 보면 겁을 먹고 울기도 하잖아. 그 아이에게는 무섭고 위협적으로 느꼈던 어떤 과거의 경험이 있을거야.


이렇게 같은 것을 보더라도 너희들처럼 긍정적으로 인식하기도 하고, 그 반대가 되기도 하는데 한 번의 부정적인 경험이 일반화되어서 특정 대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형성하는 선입견으로 자리잡힌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라 항상 경계해야 하지.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뭘까?’하고 자신의 인식을 반복적으로 성찰해야 하고, 여러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하고, 기존의 믿음을 지키려고 하기보다는 새로운 사실을 수용하는 열린 마음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하는거야.


그렇다면 의식은 뭘까?


의식이란 우리가 지금 어떤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상태라고 하는데, 참 어렵지? 잘 들어봐. 의식은 자기 자신을 지켜보는 ‘마음속 관찰자’ 같은 건데, 너희 세 자매가 사이좋게 지내다가도 가끔 큰 소리를 내며 다투기도 하잖아. 언니한테 버릇없이 구는 동생 때문에 속상한 적도 많았고. 화가 났었지. 지금 너무 화가나 있는 상태라고 인지한 상태가 인식이라면 자신이 화가 난 이유가 뭘까?를 깊이 생각하는 것이 의식이야. 인식에 머무르게 된다면 즉각적이고 자동적인 반응이 나와서 아마 동생에게 화를 내면서 팔뚝을 꼬집어 줘야 화가 풀리겠지? 하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해결책일 뿐이었잖아. 우리 막내는 항상 같은 행동을 반복해서 언니들을 또다시 화나게 만들었으니까. 순간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더 현명하게 판단해서 행동한다면 그것이 바로 의식에 이른 상태인거야.


하나 더 예를 들어볼게. 좀 내성적인 너희들은 학교에서 발표하는 것을 정말 싫어하잖아. 앞에 서면 심장이 콩닥콩닥 뛰니까. 이 감정이 인식이라면 의식은 스스로 발표 때문에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이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는거야. ‘나는 왜 두려운걸까?’라고 질문하고 답을 찾아보는거지. 연습을 충분히 한다면 덜 떨릴거라고 생각하고 연습한다면 의식이 너희를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간 결과가 되는 거지.


인식이 의식으로 가게 된다면 감정과 생각을 조절할 수 있게 될 거고, 자동적인 반응에서 벗어나서 깊이 생각하고 결정하게 될 거고, 오해와 갈등이 줄어들 거야. 우리의 감정이나 생각을 더 깊이 이해하고 반추하고 확장해 나간다면 우린 성숙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될 거야. 엄마도 항상 감정을 앞세우기 보다는 의식하려는 노력을 할거고, 너희도 그래주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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