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참는 사람이다.
퇴사를 결심한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그중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번아웃이다.
나는 참는 사람이다.
지금 근무하는 회사에서 일한 지는 5년이 넘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애매한 시간이다.
최근 2년간 회사는 참 바빴다.
정확히 말하면 나는, 바빴다.
그리고 여전히 바쁘다.
2년 전부터 서서히 늘어난 업무 범위가 다시 줄어드는 일은 없었다.
괜찮냐는 질문에 나는 괜찮다고 말했다.
바쁜 시기가 지나가면 다시 원래의 업무 범위로 돌아올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공황발작이 찾아왔다.
1. 공황발작의 증상 - 눈물과 호흡곤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지친 몸을 이끌고 출근한 날이었다.
수많은 이메일이 쌓여있었는데, 그 이메일의 내용은 거의 같았다.
그날따라 짜증이 났다.
안된다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같은 내용의 이메일이 여러 개 온 것이다.
그 순간 막연해졌다.
'이건 대면으로 얘기해야 할 것 같은데...'
'이걸 언제 다 찾아가서 얘기하지?'
'안 된다고 하는 거라 방어적으로 나올 수 있는데...'
'나한테 기분 나쁜 티를 내는 건 아닐까?'
이와 같은 생각이 갑자기 휘몰아쳤다.
눈물이 갑자기 흐르며 숨이 벅찼다.
나는 더 이상 회사에서 일을 할 수 없다고 느꼈다. 영원히.
울면서 찾아간 상사는 성심성의껏 나를 위로해 줬고 결국 나는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는 깨달았다.
나... 안 괜찮다.
2.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다.
그 이후에 나는 일주일간의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의 목적은 그곳에 사는 친구들을 만나기 위함이었지만,
친구들도 각자의 일상이 있으니 혼자 있는 시간이 긴 여행이었다.
인기 있는 샌드위치 집의 음식이 다 팔려서 할 수 없이 계획에 없던 음식점에 가고,
모두가 일하는 시간에 할 일 없이 수다 떨며 처음 보는 공원을 구경하고,
어떤 잡지를 살지 30분 동안 고민하며 서점을 배회하고,
먹고 싶은 것에 비해 위는 작아서 고민하며 배를 채우는 며칠.
그런 일을 하며 열심히 하루를 보냈다.
그 며칠을 지내며 수없이 찾아온 '틈'이 있었다.
길을 걷다 우연히 공원에서 하는 어린이 축제의 공연을 보고 손뼉 치며 응원한 순간
하늘이 예뻐 가방에서 필름 카메라를 꺼내 가만히 서서 셔터를 누른 순간
신호를 기다리며 괜찮은 카페를 발견해 목적지를 바꾼 순간
어떻게 하면 신호를 안 기다릴 수 있을지 고민하며 걷는 서울의 삶과는 정 반대인 생활.
그 틈이
수많은 틈이
나에겐 필요했던 것이다.
나도 느리게 걷는 앞사람을 보고 짜증을 내고 싶지 않았다.
나도 한숨을 내쉬는 신입사원을 보며 괜찮냐는 말 한마디를 건네고 싶었다.
나도 천천히 점심밥을 먹고 싶었다.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울분과 잠과 슬픔만 쌓여갔었다.
그것을 이제야 깨닫게 된 것이다.
안 괜찮다는 말의 수많은 다른 표현들을 이제야 깨달았다.
여행은 나에게 쉴 틈을 주었다.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하루하루에 감사함을 느끼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틈은 물속에서 빨대로 호흡하는 것과 같았다.
지금은 괜찮아도 바람이 불어 파도라도 치면 바닷물이 빨대로 들어올 것이다.
내가 내린 결론은 바로, '퇴사'였다.
그리고 이것은 내가 살기 위해 내린 결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