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대단한 것을 이뤄내지 못했기에, 오히려 저는 지금의 제 삶을 한 점 후회 없이 사랑합니다. 그래서 이런 바보 같은 고백도 감히 드릴 수 있는 거겠죠. 누군가의 귀에는 그저 한심한 변명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제 나이에 걸맞은 '과업'이라는 무거운 옷을 벗어 던진 채, 오직 제가 갈망하는 것들로만 이 시간을 채우고 있거든요.
새벽 공기를 마시며 축구 중계에 목을 매고 심장이 뛰며, 눈이 침침해질 때까지 웹툰을 정주행하거나, 한 푼의 돈도, 어떠한 명예도 약속해주지 않는 글쓰기에 기꺼이 밤을 지새우기도 하죠. 아깝다고 혀를 찰지도 몰라요. 아무런 결과물도 손에 쥐어주지 않는 무용한 짓들에 마음을 다 쓰고 있으니 말이죠.
하지만 고개를 돌려 주변을 보면, 세상은 원래 설명하기 힘든 열정들로 가득합니다. 낚시찌의 미세한 떨림을 보려 꼬박 밤을 지새우고, 찰나의 노을을 담으려 수백 킬로미터를 달려가기도 하죠. 이미 아는 슬픈 이야기에 또다시 눈물을 쏟고, 정답 없는 마음을 전하려 편지를 썼다 지우며 밤을 꼴딱 새우기도 합니다.
이 중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확신합니다. 정의 내릴 수 없는 이 엉뚱하고도 뜨거운 몰입들이 겹겹이 쌓여 비로소 '인생'이라는 무늬를 완성한다는 것을요.
세상은 가끔 우리가 몰두하는 것들을 '무의미한 낭비'라고 부르곤 합니다. 하지만 남들의 눈높이에 맞춰 사느라 나를 미소 짓게 하는 작은 기쁨들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객관적으로는 비합리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그 무의미해 보이는 애정들이 모여 결국 우리 삶을 행복하게 지탱해 주니까요. 그러니 조금은 뻔뻔해져도 괜찮습니다. 그러니 당신을 미소 짓게 하는 그 '무의미한 일'들에 마음껏 몰두하세요.
저는요, 지금 엄청 행복합니다. 그리고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앞으로도 이런 무의미한 일들을 멈추지 않을 거예요.
이 글을 보는 , 혹여나 제 느린 걸음을 보며 가슴 졸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눈에는 제가 해야 할 일을 뒤로한 채 길을 잃은 것처럼 보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저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제 마음의 소리를 선명하게 듣고 있습니다. 남들이 정해놓은 속도에 맞추느라 정작 나 자신이 누구인지 잊어버리는 것보다, 조금 한심해 보일지라도 내가 사랑하는 것들에 온 마음을 쏟는 지금이 저는 참 소중합니다.
제가 하는 이 '무용한 짓'들이 당장 무언가 대단한 결과물을 만들어내지는 못할 거예요. 하지만 이 시간들이 쌓여 결국 저를 가장 나답게, 그리고 행복하게 만들어줄 거라 믿어요. 저를 있는 그대로 지켜봐 줘서, 그리고 사랑해 줘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