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문장이 내 안으로 흘러들어와
잠시 식었다가, 다시 나만의 온도로 데워질 때
그걸 나는 영감이라 부르고 싶지만
한편으론 아주 조심스러운 절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아직도 나는 그 차이를 잘 모른다.
내가 쓴 문장을 읽어볼 때면
항상 나보다 먼저 도착한 온기가 느껴진다
내가 만든 적 없는 생각,
내가 시작하지 않은 리듬,
어디서 묻어온 것인지 모를 문장의 결.
나도 모르게 빌려온 것들이
내 문장 안에서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새 문장을 쓰려할 때마다
나는 그 그림자를 지우려는 사람인지,
아니면 그 그림자 안에 편히 눕는 사람인지
끝내 분간이 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모방과 표절과 배움의 경계가 흐릿해졌다.
난 남의 문장을 적당히 바꿔 적당한 온도에 데워
내 것처럼 삼켜온 시간들만 있었을 뿐이다.
그래서 딱 한 번만 이라도 내 문장을 만들어 보고 싶다.
그래서 일단 언젠가 단 한 줄이라도
진짜 내 문장을 쓰게 될 것 같다는
근거 없는 기대를 붙잡고 그냥 쓸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