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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 앞에서 멈춰 선 마음

영화 위플래쉬

by 수지

‘내가 가장 간절히 원하는 건, 내 잠재력을 전부 다 펼쳐보는 것.’

이번 학기 독일행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내 마음속에 가장 선명하게 남았던 생각이다.

아마도 지금까지 내 삶을 움직여온 가장 근본적인 원동력이자 두려움이었을 것이다.


영화 위플래쉬를 보는 내내 나는 앤드류와 플레쳐, 두 사람 모두에게 이입했다. 솔직히 말하면, 플레쳐의 모습에서 나 자신을 더 자주 발견했다. 성과에 만족하지 못할 때마다 스스로를 몰아붙이며 했던 말들이, 영화 속에서는 플레쳐의 입을 통해 앤드류에게 쏟아지고 있었다. 자기혐오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내가 정해놓은 기준은 늘 까마득히 높았다. 그곳에 닿기 위해선 멈추지 않고 한계를 넘어야 했다. 과정은 고통스러웠지만, 그 고통을 따질 틈은 없었다. 어설픈 노력으로는 평생을 쏟아도, 잠재력을 끝내 다 꺼내보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갈수록 그 말에 귀 기울이고 따른 모습은 앤드류와도 겹쳐 보였다.


영화 속에서 플레쳐와 앤드류는 ‘내몰고, 내몰리는’ 존재로 철저히 분리된다. 그래서 폭력성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정도의 차이는 있더라도, 대부분의 사람 안에는 플레쳐와 앤드류가 공존한다. 그래서 플레쳐의 목소리가 우세해질 때, 그게 얼마나 가혹한지 깨닫기 어렵다. 몸과 마음이 완전히 멈춰 서기 전까지는.


요즘의 나는 영화 후반에 앤드류와 플레쳐가 제즈바에서 재회하는 바로 그 시점과 닮아 있다. 그래서인지 다른 부분에서는 나름대로 해석이 따라오지만, 그 장면부터는 감상이 유독 흔들리고 다양해진다. 아마도 결말을 어떻게 이해하고 싶은지, 스스로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의 결말에 해석을 내리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연구실에서 한 학기를 더 보내고, 내가 정말 도달하고 싶은 모습이 무엇인지, 몸과 마음이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 부딪혀 본 뒤에야, 그 장면이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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