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리뷰
복잡한 머리를 달래기 위해 떠난 강릉 여행. 가방 하나를 메고 책을 한 권 고르기 시작했다. 자주 읽던 자기계발 서적을 챙기기에는 복잡한 머릿속을 더 복잡하게 만들 것만 같았다. 그렇게 작년 겨울 표지와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산 소설 책 한 권이 보였다. 바로 '달의 바다'였다.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내가 문득 사들고 온 책을 드디어 읽는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갑작스러운 여행에 KTX는 이미 매진이고 강릉으로 떠나는 버스 이동 시간은 3시간 30분, 지루한 시간을 이 책이 달래줄 것 같았다.
주인공 '은미'는 기자가 되기 위해 5수까지 하지만 매번 실패의 쓴 맛을 봤다. 그렇게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밀려오는 은미는 생을 마감하고 싶은 생각에 '소리 없이 가장 빠르게 죽는 방법'이라는 리스트를 만드는 약간 엉뚱하고 재미있는 인물이다. 그 곁에는 '민이'라는 이성 절친이 있다. 이렇게 둘이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건 민이는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이기 때문이다. 엉뚱한 은미, 여자가 되고 싶은 민이가 할머니의 도움으로 미국으로 고모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가 이 책의 메인 스토리다.
오래전 미국으로 떠난 고모는 마지막 편지(?)로 다섯 살인 찬이를 보냈다. 그리고 연락이 두절 됐다. 가족들은 괘씸한 이모를 뒤로한 채 어린 찬이를 키우며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가 은미를 불러 이야기한다. 사실 고모는 미국에서 우주비행사로 있다고, 비밀 우주 사업에 관련된 일을 하기에 따로 말을 하지 못한 채 홀연히 사라졌다고 말이다. 그동안 할머니에게 온 편지를 보여주면 고모는 정말 범상치 않은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제는 연락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편지를 받고 은미를 미국으로 보내 고모를 찾아야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책의 구성도 꽤 매력적이다. 이야기 중간중간 고모의 일기와 같은 편지가 들어있다. 미국에서 살아가는 고모의 일상을 보면 우주 비행사로서의 삶은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 같은 생각이다. 그렇게 전개되는 이야기는 마치 실제 이야기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책에 몰입하게 만든다.
미국에 도착해 펼쳐지는 이야기는 편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고모는 과연 미국에서 어떤 모습으로 보내고 있을까? 따뜻한 듯 서글픈 그러면서 뭉클해지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소설. 버스에서 읽는 이 소설이 꽤 찰떡이었던 순간이었다. 마치 내가 미국으로 가는 버스에서 읽는 상상을 할 수 있었기에.
책의 내용을 많이 담을까 고민하다가 간단한 줄거리만 담았다. 사람들이 이 책을 궁금해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던 것 같다. 책을 읽은 지 시간이 조금 지났지만 그때의 감정만은 아직 살아 있다. 그렇게 이 글을 쓰면서 그 순간을 되새기고 고모의 모습을 그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