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리뷰
첫 단편 소설집! 독서 모임에서 추천을 받아 지정 도서로 정하고 읽기 시작했다. 표지부터 꽤 자극적인 느낌을 풍기는 이 책은 과연 어떤 즐거움을 줄 것인가? 설레는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총 4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초대', '습지의 사랑', '칵테일, 러브, 좀비',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각 소설이 주는 즐거움이 각양각색으로 책을 읽는 내내 흥미로움을 놓을 수 없었다. 그럼 각 소설의 매력에 대해 한 번 소개를 해 볼까?
*소설 속 내용이 등장합니다.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아직 소설을 읽지 않으신 분들 중 스포가 불편하다면 책을 읽고 아래 내용을 읽으시는 걸 추천드려요.
개인적으로 읽으면 읽을수록, 나누면 나눌수록 흥미로웠던 '초대'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어렸을 적 싫어하는 회지만 어른들의 강요에 의해 회를 먹고 생선 가시가 목에 걸렸다. 병원에서는 목에 '가시'가 없다는 진단을 받은 주인공, 하지만 목에서 느껴지는 이물감이 사라지지 않은 채 살아간다.
공방에서 일을 하며 지내는 주인공은 남자친구인 '정현'의 두상을 만들고 있는데 함께 있던 선배가 의아한 표정으로 말한다. "별로 안 닮았어." 무엇이든 한 번 보면 까먹지 않은 주인공은 남자친구의 두상을 만들 때도 그 재능을 활용해 만들고 있었기에 선배의 말은 더 의아했다. "그럴 리가 없는데"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선배는 이어서 말을 한다. "네 실력 나도 아는데, 이번 건 좀 뭐랄까. 이목구비는 분명 닮았다? 그런데 내가 저번에 본 네 남친이랑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아." 그러면서 주인공은 목에서 이물감을 느낀다.
이쯤 되면 '가시'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고민하게 되는 시점이다. 그렇게 '가시'라는 소재에 초점을 두고 읽다 보면 더 흥미롭게 읽히는 소설이다.
그리고 공방에 찾아온 '태주', 그리고 남자친구 휴대폰 속 같은 이름을 발견한 주인공! 주인공은 태주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CCTV에서 태주의 모습을 찾아보려 해도 태주는 교묘하게 모습이 찍혀있지 않았다. 태주는 과연 누구일까.
이 정도면 흥미 유발은 된 것 같은데 맞으려나. 개인적으로 심오한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 소설이지만 그 내용을 곱씹다 보면 무언가 의미를 발견하게 되는 소설. 그리고 그 의미를 나누는 시간은 더욱 즐거운 단편이다. 다양한 결론을 맞이할 수 있는 소설이라는 표현이 적절하겠다.
혹시 '초대'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 댓글이나 DM을 보내줬으면 좋겠다. 재밌는 시간이 될 것이다.
두 번째 이야기는 '습지의 사랑'이다. 개인적으로 표지와는 다르게 따뜻한 느낌을 전해주는 소설이었다. 물속에 사는 이승을 떠나지 못한 '물'과 숲에서 살고 있는 역시나 이승을 떠나지 못한 '숲'에 대한 사랑(?) 이야기다. 물 귀신이 되어 물이 있는 곳을 떠나지 못한 채 찾아오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며 살아가는 '물', 하지만 그렇게 사람들을 쫓아내면 지루함과 외로움이 찾아온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물에게 '숲'이 찾아왔다. 겁이 많은 물은 숲의 등장에 숨지만 차츰 둘은 친해지기 시작하고 물의 시간은 더 이상 지루하고 외롭지 않았다. 그렇게 같은 시간이지만 다르게 흘러간다.
시간은 상대적이다. 꽤 많이.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이 있는가 하면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외로움과 함께하는 시간은 꽤 느리다. 이 책을 읽던 순간 외로움에 대해 고민이 많아서 그런지 이 소설이 꽤 많은 생각거리를 가져다준 것 같다. 이후 나오는 물과 숲이 이름이 생기고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장면에서는 눈시울이 붉어지는 순간도 찾아왔다. 이 소설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이야기다.
잔잔하게 시작한 이야기는 뒷부분에서 빠르게 전개되면서 훅 빠져드는 몰입감을 선사한다. 결말을 맞이할 때는 그 장면이 머릿속을 꽉 채우는 그런 소설이었다.
세 번째 소설은 책의 제목인 '칵테일, 러브, 좀비'이다. 개인적으로는 4개의 소설 중에서 큰 매력을 못 느낀 부분이긴 하다. 하지만 읽고 이야기를 나눌 때 놓친 부분들을 알게 되니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소설이었다.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했다. 그 원흉은 바로 주인공의 아빠와 회사 사람들. 그리고 주인공의 집에 좀비인 아빠가 있다. 그렇게 세상은 좀비 바이러스를 없애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야기는 주인공의 집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좀비가 된 아빠를 어떻게 처리(?) 해야 하는지 고민한다. 점점 좀비화가 진행되는 아빠를 죽일 것인가, 살릴 것인가.
개인적으로 중간에 나온 장면에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딸을 물어버린 좀비 아빠, 그리고 골프채를 들고 연신 두들겨 패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담긴 장면이다. 아빠에 대한 연민을 가진 엄마가 보여준 자식 사랑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리고 이야기 속 담긴 전형적인 K아빠에 대한 주인공의 시선이 잘 담긴 장면이지 않았을까.
이후 결말까지 물음표가 찍히는 순간들이 찾아왔지만 그 안에서 생각할 거리가 꽤 많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 소설이었다.
마지막 소설은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였다. 이 소설은 정말 미쳤다. 영화로 제작된다면 꽤 흥미로운 이야기로 만들어질 것 같다. 병렬적인 이야기 구성 속에서 꼬리 물기처럼 연결되는 소설의 구성은 개인적으로 천재적이라고 표현해도 괜찮을 것 같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였다. 그리고 아들은 아버지를 죽인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몇 가지 순간들을 다른 순간으로 가정해 본다. 이랬다면, 저랬다면 후회로 가득한 주인공은 결국 자신의 목에 칼을 들이민다.
시작부터 강렬한 진행이다. 그리고 이야기는 다른 누군가로 이어진다. 처음에는 뭐지라고 느껴지지만 읽다 보면 연결고리를 찾게 되는 순간이 온다. 그렇게 이야기에 빠져든다.
사실 이 소설은 스포를 하고 싶지 않아서 내용은 많이 언급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야기가 전하는 메시지가 많다는 느낌보다는 흥미진진한 재미있는 소설로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이 소설이 마지막을 장식한 이유가 여기 있지 않을까?
초대로 시작해서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로 끝나는 이 소설집은 물음표로 시작해서 느낌표로 끝나는 단편 소설집이다. 책도 얇아서 가볍게 읽기에 좋은 구성이지 않을까. 소설을 읽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강력 추천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