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보선 Jul 29. 2021

시즈루가 마코토에게

영화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를 보고

Made in Color/24×32cm/pen,gouache on paper


작가노트

마코토에게.


 안녕, 마코토! 정말 오랜만이야.

내가 없는 나의 개인전에서 네가 울고 있는 모습을 봤어. 나도 나의 죽음이 조금만 더 늦춰졌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지만, 한편으로는 너의 진심을 나의 죽음으로 알게 되어 오히려 행복하기도 했어. 마치 우리가 찍은 사진들처럼 말이야. 암실을 거쳐서 아름답게 나오던 그 사진들처럼, 우리 사랑은 나에게도 너에게도 나의 죽음을 통해서 완성될 수 있었다고 생각해.

 너와 함께 있을 수 있었던 그 시절, 무척이나 행복했지만 미유키를 바라보는 네 모습에 마음 한편이 쓰라렸었는데, 이젠 너와 떨어져 있지만 네 마음속에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 항상 마음이 따뜻해.


 "조금은 사랑이 있었을까...?"

 내가 네 곁에서 언제나 가장 물어보고 싶었던 말. 그리고 그 대답이 너무 궁금하면서도 두려워서 너에게 차마 두 번은 물어보지 못했던 그 말. 그 대답을 하늘에서 듣고 내가 얼마나 기뻐했는지 넌 모를 거야. 네가 입학식 날 그 횡단보도를 건너게 해 주었을 때처럼 신나서 폴짝폴짝 뛰어다녔다니까.


 마코토,

이번 생은 짧게 끝나버렸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난 짧은 생을 선택하고 널 사랑했을 거야. 그러니까 나한테 미안해하지 마. 이 모든 건 나의 행복을 위해 내가 선택한 일이니까. 다만 우리가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때는 네가 날 빨리 알아봐 주었으면 좋겠어. 너와 같은 공간에서 같은 마음으로 존재하고 싶으니까. 언제까지나 사랑해.


-나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인 마코토에게.

                                                                 시즈루가-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 선명하지 않은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