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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남이 Jun 30. 2024

기-승-전-돈

사실 그놈의 돈 때문에 세상의 모든 아빠들은 육아휴직을 망설이고 있지 않을까 합니다. 아이를 홀로 키우고 있는 배우자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들고 아빠인 본인 역시 아이 양육을 하면서 인생에서 한 박자 정도는 쉬어가고 싶을 텐데 말입니다. 그놈의 돈이라는 녀석이 언제나 발목을 잡습니다.     



저 역시 동일하게 돈 때문에 마지막까지 육아휴직을 고민했습니다. 아파트 대출금, 생활비, 관리비 거기다 추가로 발생한 양육비라는 항목까지 돈이 들어갈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었으니까요. 혼자 육아휴직을 해도 버거운 마당에 부부가 함께 휴직을 하게 되면 수입은 절반이 아니라 그 이하로 줄어들게 됩니다. 상상이 안되시죠? 거지 같이 살 것 같죠? 근데 생각보다는 살만합니다. 인간이 정말 대단한 존재긴 하더라고요.  

   


그렇다면 저희는 어떤 생각으로 ‘공동 육아휴직’에 임하게 됐을까요? 그냥 다른 건 다 모르겠고 일정 기간은 아이와 가정에 완벽히 집중하고 싶었습니다. 아내와 함께할 수 있는 육아여서 자신감도 있었고 아이의 성장 과정을 실시간으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가 눈앞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쉬움이 남았던 제 어린 시절의 기억을 우리 아이에게는 즐거움이 담긴 추억으로 나마 선사해주고 싶었습니다.



주변에서 육아를 먼저 하고 있는 몇몇 지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과 맞바꿀 만큼 돈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라는 생각도 더욱 굳건해졌습니다. 이야기 중 하나는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돌아온 아빠를 자녀가 철저하게 외면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분들도 본인이 아이를 위해 돈을 버는 건지 누굴 위해 그렇게 아등바등 사는 건지 고민되셨을 겁니다.     



수입이 줄어든다는 두려움이 물론 닥쳐왔지만 솔직히 1년 동안 돈을 못 번다고 해서 엄청난 후회는 크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정이 크게 흔들릴 만한 자산의 변화가 일어날 것 같지도 않았어요. 앞으로 최소 20년 이상은 지겹도록 계속 다닐 회사인데 공식적으로 주어지는 육아휴직 1년의 기간은 꽤나 괜찮은 조건이었습니다.

  


돈이 우리의 인생에서 중요한 도구인 건 맞습니다. 돈만 있으면 대부분의 것을 해결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모든 것을 해결할 순 없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와의 추억' 같은 것들 말입니다. 따지고 보면 저희 부부의 1년의 수입과 공동 육아휴직을 맞바꾼 격이 됩니다. 그래도 저희가 잃은 건 일 년 치의 연봉 정도지만 그 연봉과 맞바꾸는 것 이상의 의미 있는 시간 함께 보냈습니다. 비교 자체가 불가하다고 봐요. 후회도 하나 없습니다.   



그래도 멘땅에 헤딩할 순 없지 않겠어요? 아이 키우면서 손가락만 빨고 살 순 없었으니까요. 그럼 저희는 육아휴직을 준비하면서 어떻게 돈 문제에 대비했을까요? 완벽하다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면 허점투성이였던 계획. 버텨낸 게 멋지고 자랑스러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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