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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쁘렝땅 Nov 21. 2022

아이디어는 언제 어디서나

메모를 습관화 하기

소설 아이디어 메모를 한 지 거의 10년이 다 돼간다. "단편도 아이디어 메모를 해요?"라고 하겠지만 단호하게 말 할 수 있다. "합니다."


스티븐 킹 같은 경우 쓰레기 같은 아이디어는 잊히고 좋은 아이디어는 또 생각날 테니 메모 같은 건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나는 그런 천재가 아니기에 도구가 절실히 필요하다.


메모라고 하지만 종이에 쓰는 건 아니다. 일명 "메모 프로그램"에 작성한다. 그리고 나는 메모 프로그램으로 원노트를 쓴다. 엄청 좋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오피스를 쓰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원노트를 쓰게 됐다. (사실 원노트는 PC에 더 최적화되어있다)


PC의 경우 원노트를 실행해서 메모를 작성하면 그만이지만 모바일의 경우 "소설 아이디어"라는 노트를 바탕화면 위젯으로 꺼냈고 바로 갈 수 있게 해놨다. '종이와 연필이 없으니 번거로움이 사라져 아이디어를 더 많이 쓰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도구는 도구일 뿐 아무리 편하게 바뀌었다 하더라도 내 의지가 약하면 결국 메모는 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나도 이런 메모 프로그램은 쓰지 않았다. 물론 종이에도 쓰지 않았다. 그런데 그렇게 글을 쓰다 보니 막연함으로 시작하는 소설이 너무 많았다. 완성하지 못하고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글의 빈도도 높아졌다. 그리고 결정적 계기가 된 일이 있었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이따 생각나겠지 뭐~' 라고 생각하고 다른 일을 했다. 그리고 여유가 생겼을 때 아까 그 '아이디어'를 찾으려 했다. 그런데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비슷한 단어조차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렇게 고민에 고민만 하다 결국 그 아이디어는 내 머릿속 어딘가에 잠들게 됐고 영원히 깨어나지 못했다. (지금도 못 찾고 있다)


이 일을 계기로 아이디어 적는 일을 시작했다. '메모 잘하는 법' 같은 책도 사보고 멋들어진 메모장과 비싼 펜도 샀다. 처음에는 열심히 적었는데 결국 이것도 흐지부지됐다. 유명 작가들이 흔히 하는 말 중에 "침대 머리맡에도 메모장을 두고 자라" 같은 명언이 있는데 머리맡에 둬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매번 이 메모장을 챙겨 다니는 것도 일이었다. 가방을 바꿔 드는 날에는 메모장과 펜을 잊는 날이 많았고 사람이 많은 대중교통 안에서 가방을 뒤적이며 메모장과 펜을 찾는 건 사치였다.


그래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옮겨갔다. 비록 머리맡에 두는 메모장은 사라졌지만 오히려 아이디어 적는 빈도는 높아졌다. 콩나물 시루같은 지하철 안에서도 아이디어를 적을 수 있었다. 샤워하고 난 후 머리를 말리다가도 생각이 나면 적을 수 있었다.


내가 얻은 결론은 이렇다. 아이디어? 무조건 적어야 한다. 하지만 그 방법은 누가 가르쳐 주는 게 아니다. "~~~ 하는 법" 같은 책은 참고 사항일 뿐 그거대로 할 수 없다. 신발이나 옷을, 신고 입어 내 몸에 맞추듯 아이디어를 적는 습관도 내가 찾아내 맞춰야 한다.


그렇게 찾아낸 나만의 방법 하나는 나는 단어 하나, 문장 하나만 적어놓는다. 예를 들면 "화장실, 변기 대 폭발" 이렇게만 적어놓는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도대체 이게 뭐야! 하겠지만 나는 이 메모를 보면 그때의 아이디어가 영화가 지나가듯 생각이 난다. 그리고 나는 결론을 써놓지 않는다. 어차피 소설은 인생과도 같다. 내가 캐릭터를 만드는 순간 캐릭터의 인생이 시작되는 거다. 결론을 지어놓으면 캐릭터는 자유로운 삶을 살 수가 없다.


여러분도 자기에게 맞는 메모 스타일을 찾고 아이디어 적는 습관과 방법을 익혀보기를 바란다. 모든 생각을 잊지 않는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사람이 아니라면 꼭 필요한 과정이고 학습이다. 그리고 이 방법을 통해 나는 많은 도움을 받고 있으니 여러분도 분명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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