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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쁘렝땅 Nov 21. 2022

역사적인 출판사 제의

그것도 두 번이나

출판사라고 하면 막연하게 책을 출판하는 곳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요즘 출판사는 그렇지 않다. 특히 웹소설에서는 출판사의 개념이 우리가 알고 있는 출판사와 다른다. 엄밀하게 말하면 온라인 배급사가 더 맞는 말이겠지만 어쨌든 출판사라고 부른다.


웹소설이 대중화되면서 출판사의 개념도 확연하게 바뀌었는데 대략 '이북(웹소설) 시장 전부터 있었던 전통 출판사'냐 '이북(웹소설) 대중화 시장 이후 생긴 출판사냐'로 나뉜다.


그리고 나도 이런 출판사에 제의를 받았다. 나는 후자 개념의 출판사로부터 제의를 받았는데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내 글이 이런 제의를 받을 거로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맨날 조회 수 1~2나 기록하는 글이 무슨 컨택이 올까 싶어 아예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그것도 두 군데나 말이다. 한 곳은 웹소설 플랫폼을 운영 중인 출판사였고 한 군데는 배급만 전문으로 하는 출판사였다.


결론적으로 나는 출판 제의를 모두 거절했다.


"와, 미친놈일세. 굴러 들어온 복을 찼잖아?"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거다. 물론 나도 안다. 출판 제의받는 게 쉽지 않다는 걸. 하지만 나는 내 글을 잘 안다. 나는 웹소설에 어울리는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그들은 모두 웹소설 연재를 원했다. 물론 계약서에 "연재를 꼭 해야 한다"라는 조항은 없었지만 출판사가 유통하는 글, 분위기, 시장 트렌드를 보면 당연히 연재해야 했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쓴다고 해도 손해 볼 건 없지만 밀어주지 않을 게 뻔했다. 어떠한 사업이든(작가도 사업이니) 경쟁이 치열한 시장은 거대 자본이 뒷받침 되어주지 못하면 제대로 할 수 없다. 그런데 나 잘났다고 내가 쓰고 싶은 글만 쓰면 어떤 출판사도 나를 곱게 볼 리 없었다.


게다가 그 출판사가 어떤 곳이지 제대로 알 수 없었다. 유통하는 글의 분위기야 어느 정도 파악이 되지만 회사의 내부 사정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결정적인 한 가지가 나는 이미 본업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내가 사회생활을 하며 느낀 한 가지는 적어도 "일(job)"은 절대 두 가지 일을 병행할 수 없다는 거다. 단행본은 이미 만들어진 글을 다듬어서 책을 내면 되는 일이니 조금 더 신경 쓰면 되는 일이지만 웹소설 연재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정해진 날 꼬박꼬박 일정 분량을 써야 하는데 먹고 사는 게 더 중요한 본업에 지장을 줄 수도 없고, 반대로 본업 때문에 글을 제대로 쓸 수 없어 연재일을 어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계약서를 모니터에 띄우고 아침저녁으로 고민을 했다. 그리고 며칠 뒤 과감히 거절 메일을 보냈다. 마우스로 보내기 버튼을 누르고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언제 제의 메일을 받았는지 모르는 사람처럼 모든 걸 다 잊었다.


"이 세상 누군가 내 글을 보고 제의를 해준 것만으로 만족하고 감사하자. 나는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 언젠가 또 기회가 있겠지."


그렇게 나의 출판 제의는 끝나버렸고 남들이 봤을 때 '복을 걷어찬 인간'이 됐다. 그리고 이후로는 어떤 제의도 받지 못하고 있다. 후회하냐고? 물론 한다. 안 한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런데 그 후회가 땅을 치도록 억울한 후회는 아니다. "한 번 해봤으면 내 인생이 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겠지?" 정도의 후회지 "와씨! 내가 진짜! 내가 그때 왜 제의를 거절해서! 작가의 꿈을 짓밟은 건가!"같은 후회는 하지 않는다.


이야기했지만 나는 웹소설 연재에 어울리는 글이 아니다. 나보다 더 잘 쓰는 작가들에게 기회가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은 있다. 내 글을 읽고 연락을 했을 텐데, 그들도 분명 내 글의 스타일을 알고 있었을 텐데 왜 연락 했을까? 물론 아무 작가나 연락한 후 계약을 성사시키는 걸 수도 있지만 에디터? 매니저? 그들과 채팅과 미팅을 해보면 또 그런 건 아니었다. (심지어 내 글의 한 구절을 콕 집어 말하기도 했다)


알 수 없다. 뭐, 지금에서야 그걸 안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고 모른다고 달라질 것도 없다. 그냥 나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글을 쓰면 된다. 인연이 닿고 코드가 맞는 출판사가 있다면 또 연락이 오겠지. 그리고 이 글을 통해서 내게 연락을 준 담당자분께 감사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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