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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쁘렝땅 Nov 21. 2022

글쓰기에 재능이 필요한가?

영원히 논란이 될 주제

글 쓰는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에 이 주제를 던진다면 항상 나오는 말이 있다.


"또 재능충 납셨네."


재능은 뭘까? 사실 재능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어렵다. 사람들은 재능을 타고난 걸로 이야기하는데 사전적 뜻으로 보면 이건 '소질'에 더 가깝다. 재능은 가지고 있지만 노력도 해야 얻어지는 것이다.


그럼 위의 물음에 대한 답은 사실 나왔다. 재능? 당연히 있어야 한다. 타고난 것도 있어야 하고 노력도 해야 한다. 


나의 예를 들어보겠다. 내가 초등학교 때만 하더라도 일기를 썼다. (요즘도 쓰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걸 검사받았다. 지금 생각하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담임 선생님이 한장 한장 읽고 ‘참 잘했어요’ 도장을 쾅쾅! 찍어줬다. 도대체 나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왜 검사받았어야 했는지 모르지만 그때는 그랬다. 그래서 방학 숙제 중에도 "일기 쓰기"가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예나 지금이나 공부하는 걸 너무도 싫어해서 일기를 정말 한 장도 안 쓰고 학교에 갔다. 결과는 뻔하다. 엄마가 학교까지 불려갔고 나는 밀린 일기를 써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얼마만큼 시간을 투자해서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난 기억을 더듬으며 밀린 일기를 썼다. 그리고 다시 엄마가 학교에 불려 가셨다. 다행히 후자의 호출은 내가 생각했던 그런 건 아니었다. 아직도 기억나는데 나와 엄마 앞에서 우리 담임 선생님이 했던 이야기가 잊히지 않는다.


"아니, 이렇게 글을 잘 쓰는데 왜 지도를 하지 않으셨어요. 이런 글이면 나중에 대학도 글 쓰는 거 관련해서 보내세요."


아마 내가 글로 칭찬을 받은 최초의 사건이 아니었을까 한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 멈췄다. 우리 부모님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셨을 거다. 중요한 건 내가 공부를 너무 안 해서 부모님이 도와주고 노력을 하셨더라도 나는 여전히 그저 그런 사람이었을 거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글쓰는 건 어렵지 않았다. 즉, 난 타고난 거였다. 하지만 노력을 하지 않았다. 어릴 때는 글보다는 다른 거에 관심이 많았고 그걸 하고 싶었다. 그나마 있던 재능을 발로 뻥 차버린 것이다. 그리고 '노력'이라는 재능을 20대 중반이 돼서야 시작했다.


즉, 글쓰기든 무슨 일이든 재능이 필요한데 결국 재능은 '타고난 것+노력'이니 누구나 노력할 수 있는 재능은 있는 거다. 하지만 노력만 한다고 되지는 않는다. 재능의 50%만 채워지기 때문이다. 물론 100% 다 채우는 사람은 드물다. 이런 사람을 우리는 보통 "성공했다"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타고난 게 있고 노력을 하는 사람과 노력만 하는 사람의 차이는 극명하게 나뉜다.


요지는 이렇다. 재능? 누구나 있다. 물론 노력도 하지 않는 사람은 재능을 입에 담을 자격도 없으니 이건 열외로 하자. 물론 노력을 '식음을 전폐하고 집중하는걸'뜻하는 건 아니다. 그저 자기 의지와 열의가 있으면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사랑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타고난 건' 절대 이길 수 없다. 그러니 본인이 판단해야 한다.


1. 조금 해보니 난 타고난 게 보이더라. 그럼 더 노력해서 나머지 50%의 성과를 추가해야겠다.

2. 솔직히 난 타고나지는 않은 거 같은데 그래도 이 일이 좋더라. 나머지 50%라도 만족할래.

3. 타고난 것도 모르겠고 난 노력도 못하겠다!


그럼, 여기서 의문이 들것이다? 타고난 걸 어떻게 알지? 분명하게 이야기하지만 타고난 걸 아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나'는 내가 잘 알고 제일 사랑한다. 그런데도 확신이 들지 않는다면 내가 썼던 방법을 이야기해보겠다.


내가 2007년 즈음 글쓰기를 시작하고 몇 편의 짧은 단편을 메모장에 저장해뒀다. 아직 세상에 보이기 너무 두려워 하드디스크 한편에 자리 잡은 글들이었다. 주변 지인들 한두 명에게 취미로 글을 쓴다고 알리긴 했는데 여전히 내 글을 보이기 창피했다. 그러다 한 분이 "그러지 말고 한 번 보여줘봐? 아니, 뭘 봐야 재미있다 없다 알려 줄 거 아냐?" 맞는 말이었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두 분께 텍스트 파일을 전달했다. 그리고 답변이 돌아왔다.


"아니, 나는 솔직히 글 쓴다 그래서 뭐 그냥 가벼운 로맨스 같은 거 쓰는 줄 알았는데 재미있는데? 계속 써도 되겠어. 그냥 하는 얘기가 아니고 정말 써도 되겠어."


"와... 잘쓰네. 후딱 읽었어. 근데 웹 소설에는 어울리지는 않겠다. 책으로 엮으면 더 낫겠다."


사실 이때 돌아오는 답변에 따라서 글 쓰는 걸 할지 말지 결론짓기로 했는데 결국에는 계속 쓰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내가 1번에 해당하는 사람임을 알아냈다. 이건 자랑이 아니다. 나를 객관적으로 판단해본 거다. 만약 저 때,


"아... 그냥 좀 그렇다. 이렇게 써서 뭐가 되겠나..." 라는 답변을 받았다면 지금 이런 글도 쓰고 있지 않았을 거다. 아니면, "조금만 더 노력하면 괜찮을 글 나오겠다. 그래도 지금은 좀 아닌 거 같다."라고 했다면 더 시간을 투자하고 파고들었을 거다. 그렇게 한 명, 두 명, 세 명, 그리고 인터넷에 공개 후 나름의 데이터를 쌓아갔다.


그러니 여러분도 자기 자신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가기를 바란다. 물론 타고 난 것도 레벨이 존재한다. 나는 나라는 사람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긴 했지만 나의 수준은 밑바닥에 있어 노력을 좀 더 퍼부어야 하는 사람이다.


이 글을 읽고 시무룩해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필요 없다. 하고 싶으면 하면 된다.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난 내 본업을 타고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순전히 노력인 50%로 먹고살고 있다. 그러니 여러분 그 누구도 모든 일을 할 수 있다. 전 세계 서점에 책이 깔리는 스티븐 킹 같은 작가도 있지만 동네 독립서점 한편에 자리 잡은 책의 작가도 있기 마련이다.


주절주절 이야기를 많이 하긴 했지만 나도 여러분과 똑같이 노력하며 꿈을 키우는 사람일 뿐이다. 그러니 자기 자신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시작을 해봐야 포기도 할 수 있는 거고 포기도 해봐야 시작을 다시 할 수 있는 것이다. 시작을 두려워하지 말고 포기도 두려워하지 말자. 그러면서 단단해지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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