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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쁘렝땅 Nov 21. 2022

조급하게 쫓아가지 말자

글쓰기도 전략이다

지난 글에도 이야기했지만 나 자신을 가장 잘 아는 건 결국 나다. 내가 어떤 글을 쓰고 어떤 글을 좋아하는지 사실 마음속으로는 다 알고 있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나는 뼛속까지 단편과 공포를 사랑한다.


문제는 단편과 공포는 비주류다. 시장에서 성공하기 힘든(그것도 너무) 두 가지를 모두 사랑하기에 나는 언제나 짝사랑일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한 몇년 전에는 웹소설 작가를 노리고 글을 써본적이 있다. 단편 보다는 장편, 공포 보다는 스릴러. (갑자기 내가 무슨 로맨스를 쓸 수는 없으니) 잘 되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웹소설 플랫폼에 맞춰 글을 써내려갔다. 그런 와중에 새로운 웹소설 플랫폼도 생겨나고 있던 플랫폼도 사라졌다.


새로운 웹소설 플랫폼이 나오면 작가들이 대거 이동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쪽 플랫폼에서 문제가 생겨서 그럴수도 있고 저쪽 플랫폼 조건이 파격적이어서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그저 물결에 휩쓸려 글을 올리는 해파리같은 존재였다. 많이 올리면 될 줄 알았다. 많이 올리면 볼 줄 알았다. 많이 올리면 성공할 줄 알았다.


그렇게 이곳 저곳 플랫폼에 6개월 정도 올린 것 같다. 평균 조회수는 1~5 정도였고 하루만 지나면 내 글은 보이지 않았다. 내로라하는 작가들에 밀려 설 자리가 없었다. 그때 단비같은 댓글을 하나 달렸다.


"재미는 있는데 웹소설감은 아님."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 맞은 느낌이었다. 난 지금까지 뭘 한건가? 내 주제도 모르고 황새 쫓아가려고 가랑이를 찢다 못해 분리까지 해버린 것이다. 웹소설 시장은 애초에 발을 들이면 안 되는 곳이었다. 심지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 자신이 제일 잘 알면서도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하면 되겠지라는 아닐한 마음으로 도전했던 것이다.


그날로 모든 플랫폼의 글은 삭제했다.


'억지로 장편 연재를 하느니 그냥 하던데로 단편이나 써라.'     

'어차피 장편은 잘 쓰지도 못하잖아?'     

'사람이 갑자기 안 하던짓 하면 안 된다.'     

'풋, 작가되는게 그렇게 쉬운줄 알았냐'


이렇게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나 자신을 속이고 글을 쓴 게 후회됐다. 그렇다고 글쓰기 마음먹은 초창기처럼 서랍에 글을 처박아 둘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내 글을 올릴만한 플랫폼을 찾았고 지금은 그곳에만 글을 올리고 있다. 거기도 웹소설이잖아? 라고 묻는 분도 있겠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누군가에게는 '웹소설 연재 플랫폼'이지만 나에게는 '웹에 소설을 올리는 단편 플랫폼'이다.


그럼 아마 이런 결론에 도달할 거다. 결국 성공은 할 수 없는 거네? 그나마 가능성 있는 트렌드를 쫓지 않는데 어떻게 작가로 성공하겠냐. 맞다. 사실 요즘에는 우리가 흔히 부르는 일반 작가보다는 웹소설 작가 성공 확률이 높고 수익도 높다. 하지만 성공 확률이 높은 거지 성공을 보장해주는 건 아니다. 지금도 웹에 올라오는 수많은 소설은 작가 지망생들의 터질듯한 머릿속에서 나오는 소중한 창작물이다. 그중에서 확률을 높이는 건 결국 본인이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다.


나는 실험적인 글은 웹소설 플랫폼에 올리고 주제가 맞거나 분량 조절을 할 수 있는 소설은 공모전에 낸다.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글을 썼는데도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이 전략을 찾아낼 수 있었다.


트렌드를 쫓는 것. 나쁘지 않다. 쫓아가보고 도저히 내가 갈 수 없는 길이면 빠른 포기도 좋은 선택이다. 지금도 작가를 꿈꾸며 불철주야 글을 쓰는 여러분들의 전략을 잘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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