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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쁘렝땅 Nov 21. 2022

신춘문예여 안녕

난 영원히 안될 거 같다

작가가 되는 길은 몇 가지가 있다.


1. 신춘문예에 당선된다.

2. 공모전에 당선된다.

3. 출판사에 투고한다.

4. 국제 공모전에 입상 또는 후보에 오른다.

5. 책 또는 인터넷에 올린 글이 갑자기 뜬다.

6. 내 이름의 책을 낸다.

     

더 많은 방법이 있긴 하겠지만 대부분 위의 경우를 거치면 "작가"라는 칭호를 달 수 있다. 하지만 문학계에 인정을 받으려면 1번을 통과해야 하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 그래서 많은 작가 지망생들이 신춘문예에 도전하고 있다.


신춘문예는 말 그대로 새봄에 문학적 가치가 있는 글과 작가를 뽑는 행사다. 신문사가 주최하며 매년 10월 말부터 12월까지 신청을 받는다.


나는 신춘문예에 낼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다. 대게 공모전은 그 분위기와 장르를 보고 도전을 하게 되는데 공포물은 애초에 신춘문예에 발을 들일 수가 없다. 물론 세상일에 100% 법칙은 없다고는 하지만 희망찬 새봄에 당선된 글이 미치거나 살인이 일어나거나 알 수 없는 존재에 쫓기는 공포 소설이라면 누가 좋아할까?


그래서 나는 평소에는 5번을 노리며 글을 쓰다 어울리는 공모전이 있으면 2번을 노리고 제출한다. 그런데 내가 참가할 수 있는 공모전은 참 종류가 적다. 특히 공포 장르는 거의 없다시피 한다.


몇 년간 공모전을 내보면서 느낀 점은 장르 불문이라고 공고한 공모전이라 할지라도 공포물로는 입상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공모전도 일종의 "상식"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백번 양보해서 공포물을 뽑았다 하더라도 책을 내는 작가가 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결국 시장이 원하는 글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3번을 노리는 일도 있지만 이건 대부분 선배 작가나 지망생분들이 추천하지 않는다. 출판사는 워낙에 많은 글을 받기 때문에 내 글을 읽지도 않을뿐더러 돈 되는 글을 선호하므로 결국 신춘문예의 예와 마찬가지로 뽑힐 확률은 희박하다. 요즘은 장르 소설만 전문으로 다루는 출판사도 있기는 하지만 그들 역시 웹소설에 기반을 둔 장르 소설을 선호하지, 공포 소설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그래도 다행인 건 대다수의 공모전은 단편을 받는다(웹소설 공모전 제외)는 점이다. 이는 나에게 장점이고 단편을 지속해서 쓸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장점'이지 '당선'하고는 거리가 멀다. 처음 공모전에 참가하면 두근거리며 발표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렇게 몇 번 떨어져 보면 기대감도 없고 감흥도 없다. 그래도 무엇에 홀린것처럼 글을 쓰고 공모전에 제출한다. 두근거림은 사라졌지만 발표날 아침 일찍 웹사이트나 이메일을 띄어놓고 결과를 기다린다.


불행중 다행으로(?) 신춘문예의 위상이 옛날 같지는 않아서 문학계도 작가를 대하는 태도가 많이 변하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종이 신문으로 정보를 취득하는 시대는 사실상 끝났으니 말이다. 그래서 실험적인 공모전도 많이 열린다. 정말 몇 년 전에 비하면 "이런 것도 공모전을 하네?" 같은 것들이 많이 생겼다.


결국 자기만족과 결과 모두 합쳐져야 한다. 신춘문예에 당선됐다고 작가가 되는 것도 아니고 공모전에 당선됐다고 작가 되는 것도 아니다. 반대로 신춘문예에 당선되지 않았다고 작가가 아닌 것도 아니고 공모전에 당선되지 않았다고 작가가 아닌 것도 아니다. 작가의 칭호는 어떤 식으로든 얻을 수 있지만 결국 그 작가를 인정해주는 독자가 있어야 완성된다. 도구는 거둘 뿐 그 도구를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


그리고 나 또한, 이 과정을 되풀이하고 작가로 다가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게 어떤 방법이든 독자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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