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구수목원: 4월의 봄을 노래하다.

-대구수목원 4월의 봄을 노래하다.

by 정온

▣대구수목원, 4월의 봄을 노래하다. 투명한 연두색과 곱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분홍빛의 콜라보로 봄의 왈츠가 시작되었다. 우아하게 스커트 자락을 흔들며 경쾌한 춤을 춘다. 설레는 눈빛으로 몸을 흔든다. 봄에 흠뻑 빠진 마음을 숨기려야 숨길 수가 없다. 가만 지켜보는 내 마음도 덩달아 한없이 덜컹댄다. 봄은! 그렇다. 말하지 않아도 마음에 슬며시 다가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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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 가득한 몸짓으로 기지개를 켜는 수목원의 수목들. 연둣빛이 가득하다. 누가 말했던가. 봄의 색은 연두라고, 풀냄새가 가득할 것 같은 풍경이 그려진 블라인드 같다. 벤치에 잠시 앉아있으면 가만 풀물이 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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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스러운 직박구리에게도 봄이 시작되었나 보다. 울음소리가 경쾌하다. "삐이~ 삐이~ 삐이~삑~" 이렇게 적긴 했지만 사실 직박구리 울음소리는 매우 다양하다. 영역을 다투거나 서로 주절댈 때는 매우 시끄럽지만 사랑을 할 때는 꽤나 예쁜 소리를 낸다고 한다. 늘 시끄러운 녀석이라고만 생각해서인지 예쁜 소리를 감히 상상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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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따스함에 여리게 피었네. 이토록 고운 아이. 널 사랑하지 않는 네게 꽃 하나를 쥐여줄게. 널 위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나르키소스라는 꽃미남 청년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나르키소스는 연못 속에 비친 자기 얼굴에 반해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인 줄 모른 채 상사병으로 죽게 된다. 그곳에서 꽃이 피어났는데 그 꽃이 수선화가 피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꽃말도 '자기애'다.

이 사진은 신화 속의 이야기를 그려놓은 듯하다. 노랗게 핀 수선화가 물에 비친 수선화와 사랑에 빠졌다. 봄이 깊어가고 사랑도 깊어지면 바깥의 수선화가 자박자박 물속으로 걸어 들어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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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망울이련가? 바람에 실려 흩날리는 꽃잎이련가? 이 봄엔 그리움이 지나치게 짙어지지 않기를, 그저 고요한 봄날의 풍경 속에서 순전한 마음으로 가만히 잡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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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옥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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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맞이꽃. 이름처럼 봄을 맞이하는 꽃. 아주 잠시 봄에만 볼 수 있는 진정 봄맞이꽃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오래 보아야 예쁘다. 아니, 그저 봐도 예쁜 꽃이다. '봄의 속삭임'이라는 예쁜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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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굴레가 쑥쑥 자란다. 봄의 시간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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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상하게 생긴 나무 이름은 화살나무다. 겨울 어느 날 이 나무를 봤을 때 생각했었다. 죽은 건가? 이렇게. 겨울을 그렇게 황량하게 보낸 것에 대한 측은지심이라도 되는 듯 무엇보다 기세등등하게 연둣빛 잎을 내민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겨울의 모습은 상상도 못 할 초록으로 뒤덮이는 때가 온다. 식물은 자연을 탓하지 않는다.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들을 감내한다. 그리고 찾아오는 선물 같은 풍경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가을이면 붉게 단풍이 드는 잎도 아름다운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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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자꽃도 피기 시작한다. 꽃만큼 덩치가 큰 벌 한 마리가 찾아왔다. 명자꽃은 벌에게 꽤나 매력적인 꽃이다. 명자꽃이 가진 고유의 향기와 강렬한 붉은색이 벌을 유인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명자꽃이 피어날 때마다 벌들은 꽃을 찾아가느라 바쁘고, 그들의 분주한 움직임은 꽃이 피어있는 동안 아름다운 상태로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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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송이만으로도, 가득 피어있는 모습으로도, 다 예쁜 조팝나무다. 하얀 별들이 총총 땅 위로 내려온 것 같다. 은은한 향기가 봄바람에 실려 물감 번지듯 퍼져나간다. 나무 그 곁에 잠시 서 있으면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다. 시인 김춘수는 이렇게 노래했다. 「조팝꽃은 꽃잎 하나하나가 눈부시게 아름다워서 그 어떤 말로도 그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없습니다.」라고,, 꽃말마저도 꽃을 닮았다. "순수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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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아비꽃대. 이상한 이름을 가진 꽃이다. 꽃대에 엉기성기 매달린 하얀 수술대가 며칠 수염을 못 깎은 홀아비 같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비슷한 꽃으로 옥녀꽃대가 있다. 구별하는 방법은 옥녀꽃대의 수술대가 좀 더 길고 가늘고 그래서 상대적으로 하늘하늘거려 보인다. 두 꽃을 나란히 줄 세워놓는다면 확연히 달라 보일 것 같다. 좀 더 씩씩함과 좀 더 가녀림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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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녀석은 여기 또 있다. 도대체 이 녀석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삐--죽 하다. 죽순을 닮은 듯 아닌 듯. 큰천남성이다. 가을이면 붉게 익는 열매를 누군가는 '섬뜩하게 아름다운'이라고 표현했다. 가을에 열매를 소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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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에 노란 등불 같은 황매화 꽃송이. 꽃 중에서 봉오리일 때가 가장 예쁜 꽃이 아닐까 싶다. 물론 개인적인 의견이다. 꽃이 피면 금으로 만든 그릇 같다고 '금완'이라고도 부른다. 매화와는 다른 종의 식물이지만 꽃 모양이 매화를 닮았다고 '노랑매화'라는 뜻으로 황매화라 불린다. 연관 검색어에 걸리는 꽃은 죽단화다. 겹황매화. 많은 사람들이 '죽단화'를 '황매화'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잘못된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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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입술이 생각나게 하는 튤립 한송이. 어쩌면 저리도 붉은 지. 어느 먼 이국의 신부가 저리 예뻤을까. 네덜란드의 국화이기도 해서 네덜란드 하면 떠오르는 꽃이지만 튤립의 고향은 중앙아시아 파미르 고원이다. 구근을 가을에 심어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4월 봄이 되면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중순이 지나면 대구수목원에는 튤립 꽃밭이 펼쳐진다. 튤립은 다양한 색깔로 피어나는 만큼 알록달록한 꽃송이들이 한데 어우러져 화려한 꽃물결을 만들어 낸다. 꽃말도 색깔마다 다 다르다. 보라튤립은 색깔이 가지는 무게 때문인지 꽃말도 웅장하다. '왕족의 사랑'이다. 분홍 튤립의 꽃말 '사랑의 고백'도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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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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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카. 주로 가을에 피는 꽃이라는데 어찌 된 일인지 대구수목원의 봄날에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일 년 내내 대구수목원을 들락대는 사람으로서 보자면 에리카는 사계절 내내 늘 있는 꽃 같아 보였다. 여름 한철의 부재만 빼면 언제나 조용히 피고 지는 꽃이었다. 사랑스러운 외모와는 달리 '고독'이라는 철학적인 꽃말을 가졌다. 분홍 에리카는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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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양귀비 위에 박새 한 마리가 앉아있다. 박새도 4월의 봄을 노래하나보다.




-대구수목원은 나의 작은 놀이터.

-어느 해 4월 대구수목원.





대구수목원 4월의 봄,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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