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 여행을 하려 하지 말라.
누군가와 여행을 하려 하지 말라.
큰일 난다.
갑자기 나에게 아무 일도 아닌 일로 붉어진 얼굴을 보이거나
어쩌면 짜증 섞인 소리로 뭐라 다그칠지도 모른다.
그냥.
아무 이유도 없이 어긋나고 만다.
잠자는 습관도 다르다.
먹는 시간도 먹는 취향도 다르다.
어떤 분위기를 좋아하고 어떤 분위기에 휩쓸리는지도,
그곳에서 꼭 하고 싶은 한 가지의 목적마저도 다르다.
아무래도 어긋나고 마는 것이다.
이병률의 「혼자가 혼자에게」에 나오는 문장이다.
오래오래 마음에 남는다.
여행의 취향이 같은 사람을 만나는 건 어쩌면 온 우주가 도와야만 가능해지는 일일지도 모른다.
여행의 취향이 다른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여행은 언제나 한 사람의 희생을 필요로 한다.
그 사람은 그 여행의 추억을 강제 포기하게 된다.
혼자여야만 가능한 단 하나가 있다면
그게 바로 여행이다.
언젠가 늦은 봄, 무작정 혼자 버스를 탔다.
작은 폐역을 잠시 걷다가 꽃 한 송이를 사진으로 담고,
그리고 돌아왔다.
왕복 4시간의 여정이 무색하게도 정말 그게 전부였다.
물리적으로 남은 건 겨우 사진 몇 장이지만 그날의 공기, 바람, 그 안에서 부유했던 내 마음의 풍경은 시간이 제아무리 지나가도 잊히지 않는다. 그게 바로 혼자 하는 여행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