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수목원 4월의 봄을 노래하다.
▣4월이 되면 대구수목원은 본격적으로 봄을 시작한다. 아직은 겨울인 듯 봄인 듯 두 계절이 밀당을 주고받던 지난 3월, 그때와는 전혀 다른 탄탄해진 봄의 공기가 수목원을 부유한다. 다채로운 봄꽃들의 향기도 4월의 봄의 주구성원이 된다. 자, 이제부터 4월의 봄꽃들을 소환해 보자.
카와츠 벚꽃. 통상의 벚꽃의 이미지인 왕벚나무보다 꽃빛이 훨씬 진하고 개화기간이 한 달 정도로 길다는 게 매력 있다. 일본에서는 가장 빨리 피는 벚꽃이라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여기 대구수목원에서는 보통의 벚꽃들은 엔딩이 지날 무렵인데 카와츠 벚꽃은 절정의 아름다움을 누리고 있는 중이었다. 이 벚나무 아래에서 생각했다. "분명 벚꽃이야. 그런데 무슨 벚꽃이지?' 내가 알고 있는 기존의 벚꽃과는 전혀 다른 모양에 머릿속은 혼란 그 자체였다. 검색에 검색을 한 결과 '카와츠 벚꽃'이라는 이름을 찾긴 했는데 솔직히 100% 확신은 할 수가 없다. 아무튼 결론은 꽃빛이 무척 요염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야리야리한 분홍빛의 벚꽃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는 거였다.
윤판나물 꽃이 빼꼼 고개를 내민다.
동의나물. 물가에 노란 꽃이 피었다. 노란 봄이 일렁인다. 언젠가 지리산 정상의 동의나물 군락지를 사진으로 본 적이 있다. 어두운 숲에 노란 별이 쏟아져 내려온 듯 피어있는 풍경이 밤하늘의 별보다 더 반짝이는 것 같았다. 한송이만 놓고 보면 썩 예쁜 것 같지는 않은데 모여 모여 피어 있으니 세상 예쁜 꽃으로 보인다. 동의나물은 이름 끝에 나물이라는 말이 붙어 있다. 혹시 나물로 먹어도 될까 싶을 수도 있지만 이름만 보고 생각 없이 먹으면 큰일 나는 식물이다. 독성을 가진 유독식물이다. 동의나물의 꽃에는 꽃잎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꽃잎처럼 보이는 노란 꽃잎은 꽃잎이 아니라 꽃받침이다. 둥근 잎을 깔때기 모양으로 말아 물을 먹을 수 있게 동이를 만들 수 있다는 뜻에서 '동이나물'이라고 한다. 꽃말이 참 예쁘다. '다가올 행복', 과 '산속의 보물'이다.
앵초. 이 꽃은 「당신이 성공하는 것은 확실하니까 좌절해서는 안됩니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앵초, 너~ 완전 멋지잖아!!
각시앵초. 늘 분홍의 앵초만 보다가 우연히 보게 된 노란색의 앵초가 너무 반갑다. 색이 다르다는 것 하나만으로 전혀 앵초임을 알아채지 못했다. 나에게는 생소한 꽃이었는데 다시 봐도 꽃이 닮아 보이지는 않고 잎은 그나마 비슷하다.
만첩홍도. 이름 붙이기가 참 어려운 꽃이다.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다가 「만첩홍도」라고 조심스레 불러본다.
수호초. 너 꽃 맞긴 하니? 진지하게 물어보고 싶어 지게 만드는 꽃이다. 이름도 대단하다. 빼어날 (수), 좋을 (호), 풀 (초). 한자를 풀어보면 빼어나게 좋은 풀이라는 뜻이다. 사계절 푸르고 추위에 강하여 겨울에도 상록으로 월동한다. 꽃받침은 네 갈래로 갈라지고 끝부분은 봉숭아물 물들인 손톱을 닮았다. 꽃말은 '동장군'이다.
박태기나무. 4월, 봄의 색이 조금 깊어지면 대구수목원뿐만 아니라 공원이나 도로변 가로수가 진홍빛으로 물든다. 짙은 분홍빛의 꽃빛으로 나뭇가지에 딱 붙어 다닥다닥 핀다. 밥알 모양과 비슷하다고 '박태기'라고 부른다. 북한에서는 꽃봉오리가 구슬 같다고 '구슬꽃나무'라고 하고 그리스 말로는 Cercis(칼집), 즉 칼처럼 생긴 꼬투리가 달린다고 해서 '칼집나무'라고 부른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그리스 어원이 가장 와닿는다. 꽃 진 후 무더운 여름에 주렁주렁 열리는 열매의 모양이 딱 그러하다. 박태기나무의 꽃말은 우정, 배신, 의혹이다.
예수를 배반한 유다가 목매어 죽은 나무라고 유다나무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큰봄까치꽃. 나는 봄까치꽃을 절대 봄까치꽃이라고 부를 것이다. 사실 봄까치꽃의 정식 명칭은 '개불알풀'이다. 꽃이 지나고 난 후 열매가 개의 그것과 닮아서 '이노누후구리'라고 일본 식물학자가 처음 붙인 명칭을 우리말로 번역한 이름이라고 한다. 그러다가 순우리말 이름을 찾는 운동에서 「봄까치꽃」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는 설이 있다. 아무튼 이러나저러나 내 머릿속 지우개는 개불알풀이라는 이름은 야무지게도 지웠다. 처음부터 언제까지나 봄까치꽃일 것이다. 사진은 큰봄까치꽃이다. 봄까치꽃은 큰봄까치꽃보다 크기가 작고 여린 분홍빛으로 꽃이 핀다.
개나리. 대구수목원이 자리한 청룡산 자락에 개나리가 만발했다. 햇살 좋은 아침이면 어둑한 숲에 노란 조명을 켠 듯 따사로운 색채의 질감이 들쑥날쑥 마음대로 뻗은 개나리가 춤추고 있다. 추웠던 마음이 순식간에 따뜻해졌다. 겨우내 힘들고 지쳤던 마음을 토닥여준다. 이래서 다들 봄을 기다리나 보다. 마음도 노랑노랑 말랑해지니까 개나리가 피는 봄을 기다리는가 보다.
-대구수목원은 나의 작은 놀이터.
-어느 해 4월의 대구수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