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수목원의 봄이 시작되었다.
▣언제나 봄의 시작이었다. 산수유 노란 꽃망울이 톡톡 터지면 그렇게 봄은 우리에게 오는 거였다. 겨우내 지쳐 있던 마음이 기지개를 켜고 켜켜이 묵은 먼지를 털어내기 시작한다. 그 일련의 행위에 첫 주자는 언제나 산수유였다. 노란 꽃이 피면 환한 웃음 같다.
노란 옷을 입고 캐러멜 팝콘처럼 톡톡 봄보다 먼저 피어 봄을 알려주는 산수유는 꽃도 물론 유명세를 톡톡히 하지만 하얀 겨울 속에서 빨갛게 익어가는 열매도 아주 예쁘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열매는 산수유 열매
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나에게 산수유의 이미지는 꽃보다 먼저 붉은 열매였다. 학창 시절 문학 작품 속에서 만난 산수유 열매. 산수유가 어떻게 생긴 꽃인지도 모르던 때였는데 눈을 헤치고 따 오신.. 이 한 줄에서 얼마나 가슴 한편이 먹먹해지던지,, 감수성 빼면 시체였을지도 모를 때가 나에게도 있었나 보다.
사진은 군위 한밤마을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꽃망울이 터진다'라고 할 때 이 '터진다'라는 표현과 찰떡궁합처럼 어울리는 꽃이 산수유 꽃망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알갱이 한 알 한 알 톡톡 터지는 팝콘처럼 툭 터져 활짝 피는 산수유.
사랑한다, 나는 사랑을 가졌다
누구에겐가 말해주긴 해야 했는데
마음 놓고 말해줄 사람이 없어
산수유꽃 옆에 와 무심코 중얼거린 소리
노랗게 핀 산수유꽃이 외워두었다가
따사로운 햇빛한테 들려주고
놀러 온 산새에게 들려주고
시냇물 소리한테까지 들려주어
사랑한다, 나는 사랑을 가졌다
차마 이름까진 말해줄 수 없어 이름만 빼고
알려준 나의 말
여름 한 철 시냇물이 줄창 외우며 흘러가더니
이제 가을도 저물어
시냇물 소리도 입을 다물고
다만 산수유꽃 진 자리 산수유 열매들만
내리는 눈발 속에 더욱 예쁘고 붉습니다.
-산수유꽃 진 자리 /곽재구.
봄날의 산수유. 산수유가 있는 풍경. 어딜 가든 노란 산수유가 봄날을 물들인다. 그래서 노란 봄이다. 파란 하늘에 노란 꽃송이가 팔랑댄다. 바람도 공기도 모두 노란 빛깔이다. 그래,, 노란 봄이다.
햇살에 노랑노랑이 반짝이고, 지난겨울의 흔적이 수줍게 흔들리는 봄이다.
이렇게나 밝고 예쁜 노란 봄이라니!
산수유나무는 봉실한 꽃살을 내밀며 가슴으로 걸어서 내게로 왔다. 그제야 나는 봄의 복판에 다다른 배가 되어 마음의 닻을 내린다. / 임의진.
많은 작가들의 작품 소재가 되는 봄날의 산수유.
꽃말은 「영원불멸의 사랑」이다.
노란 산수유는 노란색 크레파스로 색칠하기. 봄이 깊어갈수록, 산수유꽃 흐드러질수록, 노란색 크레파스는 몽땅해진다. 산수유 꽃 풍성함에 봄이 한없이 깊다.
-대구수목원은 나의 작은 놀이터.
-어느 해 3월 대구수목원.
-산수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