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탈출을 꿈꾸며ᆢ
남들보다 일찍 퇴직하고 보니 시간은 누구의 편도
아닌 것처럼 똑같이 흘러간다.
기간제 일이란 게 천차만별이라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다.
관공서나 공공기관에서 그때그때 수요에 따라 필요한 만큼 기간을 정하여 인력을 뽑고 투입하는 제도인 것 같다. 한편으로는 실업자를 구제하는 측면도 있어서
퇴직자들이나 경단녀,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다.
얼마 전 이재명 대통령께서 방송에서 정규직보다
비정규직 임금을 더 올려줘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갑자기 설움의 감정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만큼 사회의 변두리에서 최저임금을 받으며 제대로 된 근무환경도 아니고 열악하고 위험한 일을 하고 있다
이제 나는 기간제 일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만약 앞으로도 계속할지는 의문이다.
적은 임금. 열악한 환경과 언제나 사고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전에 다니던 공직이라는 직업과는 비교할 수없다
전직 공무원이 기간제일을 한다는 자체는 있을 수도 없겠지만 거의 상상도 못할 일이다.
직접 해보니 경험 삼아한 번은 해도 계속한다는 것은
돈을 받는 것이긴 하지만 왠지 망설여진다.
낮은 임금ㆍ 열등한 처우ㆍ계약직신분 등 기간제는 취업시장에서 계륵과 같은 일자리임에 분명하다
어제는 오전에만 잠깐 일을 마치고 오후시간은 한가하여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 모험을 감행하였다
이미 퇴직한 지도 오래고 건강상태가 안 좋으니 활동성이 떨어지고 사람관계도 소원해진다.
집에서 잠실 가는 광역버스 정거장까지는 일반버스로
서너 정거장을 가야만 연계가 된다.
아침 6시에 기상 오전과 오후일과가 끝나니 오후 4시가 되었다. 평소 같으면 집안에서 남은 시간을 보내거나
걷기 운동 정도를 생각하는데ᆢ오늘은 문득 서울로 한번 나가보고 싶었다. 아마도 날씨기 풀린 탓도 있겠지만 설 연휴가 지나면 병원정기 검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름. 예행연습을 해보자는 심산에서 나는 광역버스에 탑승하였다.
버스 안은 젏은 남녀 손님이 몇 있을 뿐 평일 오후의 버스 안은 한산했다. 차창밖의 풍경은 마석 ic를 지나 서울 한강으로 향하고 있었다.
ㅇㅅ병원 근처를 지날 때는 암치료를 위해 입원했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생생하다.
삼사십 분을 달리자 잠실역환승센터에 도착하였다.
차에서 내려 롯데백하점 지하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쇼핑과 지하철을 이용하고 이동하고 있었다.
이제 어디로 가지?
막상 목적지를 정하고 나오진 않았지만 대충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추억의 장소를 머리에 그리고 있었다
상봉동으로 가볼까ㆍ건대입구를 가볼까 아니면 고속틔미널은 너무 멀고ᆢ 나는 길 잃은 미아처럼
방황하다가 일단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4호선 건대입구로 향하였다. 건대입구역에서 내려 건대병원에 잠깐 들렀다가 버스정류장으로 나왔다
퇴직하고 멋모르고 일용직 다닐 때 일하러 왔었던 기억이 나서였다. 그때 첨으로 건대병원을 왔었는데
문제는 진료차 왔던 게 아니고 일을 하러 왔던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괜찮은 줄 알았는데ᆢ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병원을 나와 버스정류장에 노선을 살펴보니 광진구를 거쳐 중랑구 상봉동 신내동 방면 노선버스를 타고 가보고 싶어 졌다.
2016번 시내버스는 그렇게 육칠분을 기다려 탈 수 있었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상봉역 3번 출구에서 내렸다. 예전에 여기서 근무하던 일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너무나도 익숙한 거리.
익숙함에서 오는. 편안함과 안정감을 잠시 느끼며
다시 지하철 입구로 들어갔다. 여기서는 경춘선과
연계되기 때문에 이제 집으로 향하면 될 것이다.
서울 외출을 하는 내내 이제 내가 다니던 직장 내 자리는
없다는 생각에 착착한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제 서울 외출이 예전에는 일상이었는데 더 이상 쉬운 일이 아니었다.
왜 이토록 먼데까지 와서 집을 사고 자리를 잡았는지
스스로가 원망스럽도 한다.
인서울과 아웃서울 서울에다 집을 사고 서울에서 살 수 있는 것은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나마 서울에 있는 직장에 다녔던 나는 그것마저 끝까지 지키지 못했다.
인서울을 꿈도 못 꿀 일이 이제는 현실이 되었다.
조기퇴직으로 포기한 5,6년은 나에게 많은 것을
빼앗겼다. 높은 호봉의 수입원과 풍족한 연금 인생마지막 찬스까지 송두리째 빼앗긴 것은 정말
뼈아픈 일이다.
나는 오늘도 기간제 일자리에 나와서 아침을 맞는다
과거 화려했던 나의 모습은 이젠 휴지종이나 마찬가지다.
60이 가까워지는 나이에 병든 몸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이 가슴을 치며 애통하다.
여기까지가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이 먹을수록 일할 기회는 줄어든다.
다만 바라는 것은 건강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게 관리하고 최소한의 노후대비를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세상과 소통한다면 좋을 것이다.
글쓴이 김영석
2026년 2월 12일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