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여행을 떠나 나를 돌아봄
동해바다 속초해변은 우리를 반겨주었다
퇴직하고 나니 직장단위에서 단체로 떠나는 워크숍이나 국내외 연수 같은 흥미로운 일이 사라진다
이젠 모든 것을 혼자서 알아서 해결해야만 한다
정년을 하지 못하고 이른 퇴직을 한지 벌써 삼 년이 통째로 지났고 퇴직한던 해에 6개월을 더해보니
삼 년 6개월이다.
이러려고 일찍 퇴직을 했나? 싶을 정도로 삶은 고달프다. 무엇보다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뒤늦은 승진의 밥상을 받아놓았지만. 나는 그 밥상이 맘에 들지 않았다. 4명 승진에 5명이 경합하는 모양새다. 무조건 한 명이 떨어저야 했다.
잘못하면 또 승진에서 미끄러지겠네ᆢ
코로나 위기를 맞아 온 나라가 전쟁을 방불케 하던 시기도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으나 피폐해진 민생회복과 위기극복이라는 과업을 달성하느라 몸과 마음이 성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고 코로나 쓰나미는
끝이 보이는듯했다.
그렇게 나에게도 꿈같은 승진의 기회가 왔으나
항상 기회는 위기를 몰고 다녔다.
좋지 못한 평판, 건강악화, 의지부족 등ᆢ나는 싸움에 진 장수처럼 백기를 들었다.
오로지 일성과 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이었다
5명 중 내가 떨어질 것은 분명해 보였다.
위기 때마다 우울증이나 정신적으로 나약한 증상이 이번에도 나에게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이다.
진득하니 결과를 기다려도 될 것을 한 발 앞서 나가
내가 안될게 뻔하니 이참에 명예퇴직이나 해보자는
심산이 들었고 그것을 비극적 결말을 암시하고 있었으니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다.
책상을 빼던 날 야ㆍ너 돈 많아! 팀장님의 고함은
비수처럼 가슴에 꽂혔다.
명퇴라는 마침표는 이미 수습불가였다.
흥분한 나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우주선에 탑승한 우주인이 지구를 도망치듯 직장을 떠났다.
지나고 보니 퇴직은 현실이었고 생활고와 일상의 무너짐으로 무기력한 가운데 암이라는 불청객 또한 준비 없이 맞이해야만 했다.
여행의 종착지는 낙산사비치호텔이었다.
전망 좋은 언덕에 위치한 낙산사 비치 호텔은 분주히 겨울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겨울바다 전면에서 훤히 보이는 호텔방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 조식을 해결하고 로비를 나와 낙산사로 향했다. 바닷바람이 파도를 타고 불어와 얼굴에 차갑게 부딪힌다. 경내에 울려 퍼지는 목탁소리와 불경 읽는 소리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몇 해전 산불로 전소되다시피 했던 낙산사는 지금은 거의 복구되어 옛 모습을 되찾은 듯했다
직장 재직시에 두어 번이나 왔었던 곳인데 오늘은
집사람과 둘 뿐이었다. 그때의 즐거웠던 기억을 소환해 보니 웃는 얼굴들이 그립다.
해변가의 전망 좋은 카페에서 모닝커피 한잔에 카페인을 충전하고 짧았던 여행을 마무리 졌다.
양양고속도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막힘없이 한가로워 보였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금요일ᆢ예전 같으면 평일에 여행은 꿈도 못 꿀 일인데 ᆢ
이렇게 다시 퇴직자의 현실로 돌아왔다.
이제는 무엇에든 얽매이지 않고 혼자 해결하며 살아 된다는 단순한 생활방식에 익숙해져야 한다.
58세!
아까운 생각도 들지만 인생에 정답이 없듯이
나 또한 세월 앞에 어찌할 수 있으랴ᆢ
글쓴이. 김영석
2026년 2월 8일 일요일 정오쯤에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