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청소를 하며 느낀 점
퇴직은 했으나 퇴직한 것 같지가 않다
너무 일찍 직장을 나와버려서 그런가 싶다
어떤 지인은 멀쩡한 직장을 놔두고 왜 기간제를.
하냐며 되묻기도 한다.
퇴직은 내일이지 이게 남의 일은 아닌 것이다.
나도 퇴직을 안 하고 버텼다면 올해 일 년 하고 내년
상반기까지만 견디면 영예로운 정년퇴임을 맞이할 수
있었을 텐데ᆢ
요즘 들어 부쩍 몸에 힘이 빠지고 남는 시간들을 생각하면 자신이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그렇게도 생각 없이 일을 저질렀으니 주위 사람들과
특히 가족들에게는 정말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다.
건강에 이상하다고 느꼈으나 그러면 병원부터 가봐야지 왜 퇴직을 생각했을까?
승진을 바로 앞에 두고 있었지만 그 좋은 기회를 두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렸는지 모르겠다.
꼭 내가 되어야 할 이유도 없고 이번이 아니면 다음에 또 기회가 올 텐데ᆢ
오늘도 기간제 일을 하며 이 시간의 공백을 메꾸고 있다
내가 하는 일은 화장실청소와 쓰레기 치우는 일이 대부분이고 나머지는 체육시설예약ㆍ출입문개폐 그리고 읍사무소에서 일을 시킬 때도 있다.
내가 일하는 곳에는 포세식 화장실과 건물내부 일반 화장실이 있다. 일 년 넘게 같은 일을 하다 보니 나름의 규칙이 생겼다. 특히 화장실에 비치하는 화장지는 통으로 걸어두면 며칠을 쓰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껏 지켜보니 화장실에 휴지가 많으면 이용자와 횟수가 늘어난다는 것을 눈치챘다
어떤 사람들은 얄밉게도 자기 집 화장실처럼 매일매일 정기적으로 볼일을 보고 가곤 하였다
처음에는 자기 집 화장실도 있을 텐데 왜 공중화장실을
그렇게 매일 와서 쓸까?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화장지 때문이었다.
공공재는 공짜니까 누구든 무한대로 써도 된다고
생각하면 공중화장실도 화장지도 이용을 통제할 방법이 없다. 더구나 24시간 개방상태이니 악의를
갖는다면 무임승차가 가능한 구조였다.
이러하기에 나는 한 가지 꾀를 냈다.
모든 화장실에 화장지를 통으로 걸어놓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 사람은 심리적으로 많아 보이면 많이 쓸려고 할 것이다 여기에 착안해서 화장실에 걸어놓는 휴지를 나누고 줄여서 쓸 만큼만 걸어놓는 것이다
이러면 자연스레 악의의 이용자를 통제할 수 있고 낭비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니까 매일같이 보이던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역시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일을 할 때는 무조건 편안함만 추구한다면 이런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내가 좀 더 생각하고 노력을 한다면 불필요한 자원낭비도 줄일 수 있고 이기적인 사람들도 줄어들어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글쓴이 김영석
2026년 2월 10일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