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이 듣는 질문 살펴보기
얼마 전, 고등학교 친구가 카페에 왔다.
"요새 카페 장사는 잘 되나? 오랜만에 오니까 주변에 카페 엄청 생겼던 데." "어 맞다. 새로 생길 때마다 나눠먹기 하는 거지 뭐. 그리고 경기가 안 좋으니까. 그래서 내 요즘 부업 한다." 갑작스러운 내 부밍 아웃에 내 친구는 마시고 있던 아메리카노를 재빨리 내려놓았다. "어? 무슨 부업?" "글 쓴다." 돌아올 질문은 뻔했다."글 써서 돈을 번다고? 뭐 쿠팡 파트너슨가 그거?"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블로그 원고나 유튜브 스크립트 쓴다." 그다음 질문도 나는 충분히 예상 할 수 있었고 그 예상은 절대 빗나가질 않았다. "얼마나 버는데? 많이 버나?" 무례함을 외줄 타기 하는 듯한 질문에 나는 "아까 니가 대리라고 했나? 그러면 한 과장, 차장급 정도는 벌걸?"이라고 대답했다. 이처럼 내가 글을 쓴다고 하면 글로 얼마나 버는지 궁금해했던 사람들만 모아도 보병 사단의 한 소대 정도는 됐을 것이다. 사실 그들이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를 알고 있다. 가만히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돈을 번다는 것은 시샘을 받기 쉬운 일일뿐더러 글을 써서 돈을 번다는 것은 문학 작가나 전문 서적 저자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심지어 이런 반응은 우리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매형은 아직도 내가 글을 써서 돈을 번다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어, 내가 맨날 누나에게 거짓말하는 줄 알고 있다. 우리 아버지 또한 내가 카페에 앉아 노트북으로 글을 쓰고 있으면 놀고 있는 줄 아시고는 청소 좀 하라는 잔소리로 돌림 노래를 부르신다. 이렇듯 아직까지 글 쓰면서 돈을 번다는 것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지만, 글쓰기와 관련된 비즈니스는 이미 우리 삶 깊숙이 자리 잡고 있고 또 만연해있다. 이를테면 영화나 드라마 각본가나 웹 소설 작가, 카피라이터, 블로그 마케터, 문학 작가, 전문 서적을 출판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모두 글로 돈을 벌고 있으며, 1인 출판사, 전자책 플랫폼에서 본인의 전자책을 판매하는 사람들, 나 같은 상업 원고 작가들도 모두 글로 돈을 벌고 있다.
'글 써서 돈을 벌 수 있냐'라는 질문 다음으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어떻게 하면 글로 돈을 벌 수 있냐'라는 질문인데,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글이 필요한 곳에 글을 쎠주면 된다. 예를 들어 재능 거래 앱인 '긱몬'에서는 부모님께 외박을 허락받을 수 있도록 동성 친구를 연기하며 문자를 보내주는 서비스가 판매되고 있는데, 해당 서비스를 판매하는 판매자는 고객의 동성친구 연기를 글로 표현해 돈을 버는 것이다. 실제로 해당 서비스에는 리뷰가 100개 이상 달렸는데, 서비스 단가가 2000원인 걸 계산해 보면 그는 문자로 20만 원 이상을 번 셈이다.
이렇듯 우리는 플랫폼을 이용해 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글을 써줄 수 있다. 여기서 글 재주가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만약 본인이 글 재주가 없다 해도 크게 상관없다. 본인이 쓰고 싶어 하는 글을 이미 썼던 사람들의 글을 참고하거나, 요즘 많은 분야에서 사용하고 있는 챗 GPT를 이용해서 본인 글의 퀄리티를 충분히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을 쓸 수 있는 플랫폼을 찾고, 본인의 글을 원하는 고객을 찾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포기해야 할까? 아니다. 위에서 말했듯 우리는 누구나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웹 소설 작가가 될 수 있으며, 누구나 블로그 마케터가 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옛말에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는데, 나는 이 말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은 '실패는 관에 들어가기 직전에나 알 수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실패라는 결과는 우리의 삶이 끝나야만 알 수 있는 것이다. 고로 실패는 성공을 낳을 수 없다. 따라서 나는 성공의 어머니를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글로 돈을 벌기 전까지 지금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걱정만 앞섰지만 막상 해보니 별거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별거 아닌 일들에 앞으로도 계속해서 도전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