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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빈 Aug 27. 2023

1-2. 글쓰기로 돈을 벌다.

나의 첫 번째 글쓰기 비즈니스

내 글에 가치가 생기다.


대학교 3학년 때 일이었다. 당시 내가 다니던 학교 옆 대학교에 다니던 고등학교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야 희비 니 글 좀 쓴다 아이가?" 느낌이 싸했다. "잘 쓰는 건 아닌데, 가끔 쓰긴 하지. 왜?" 내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유지 교양 과제 중에 시 쓰는 게 있는데 함만 써주면 안 되나?" 자기 과제도 아니고 자기 여자친구 과제를 나한테 과감히 부탁하는 친구의 철면피를 높이 살뿐더러 때마침 남는 게 시간이고 없는 게 돈이었던 나는 그 부탁을 들어주었다. "맨입으론 안 된디." 


결국, 나는 친구 여자친구 전공도 아닌 교양 과제를 위해 컴퓨터에 앉았다. 주제는 '꽃'이었다.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나는 겨울에서 봄이 넘어오는 시점에 피는 목련을 주제로 썼고, 내 첫 상업 문학 작품은 그렇게 친구의 여자친구 과제로 제출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날이 더워지면서 하나둘씩 방학을 맞이할 때쯤, 갑작스럽게 그 친구에게서 기프티콘이 하나 왔다. "니가 그때 시 써준 교양 있잖아. 유지 그거 에이쁠 맞았다 카더라. 고맙다고 전해주래." 기프티콘을 받아든 나는 곧장 스타벅스로 달려갔고 내 창작의 대가로 받은 벤티 사이즈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원하게 들이키며 내 글의 가치를 만끽했다.



'글쓰기 비즈니스의 시작'


친구 여자친구 과제 사건 이후 상업적인 글쓰기에 대해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글로 돈을 더 벌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하다가 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계정과 대학교 커뮤니티 어플인 '에브리타임'에다 과제를 첨삭해 준다는 글을 올렸고 의외로 많은 의뢰가 들어왔다. 대필이란 단어는 아무래도 불법의 소지가 다분해 보이기 때문에 첨삭과 피드백이란 명목으로 우리 학교 사람들의 과제를 써주기 시작했다. 작업한 과제의 종류는 다양했다. 간단한 북리뷰부터 문예사조, 클래식 음악, 현대사, 미술사와 같은 다양한 주제의 레포트, 영화 감상문, 심지어 나중에는 ppt 작업까지 했다. 그렇게 다양한 의뢰를 맡다 보니 내가 듣는 교양 수업을 같이 듣는 학생의 의뢰를 받았던 적도 있는데, 종강할 때 다가가 내 정체를 밝히면 복면가왕 방청객처럼 놀라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매달 15~20만원 씩 모아들인 수입으로 당시 출시된 에어팟 1세대를 사며 디지털 노마드에 대한 꿈을 조금씩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딜레마에 빠지다.


하지만 그 꿈은 생각보다 금세 짜게 식었다. 건 당 만원 짜리 과제를 위해 3시간씩 할애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나 자신이 싫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연스럽게 최저임금과 비교하면서 장기적으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생겼고, 학기가 끝나고 방학이 되면 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걱정으로 인해 딜레마에 빠지기 시작했다. 취미가 일이 되는 순간, 흥미가 떨어진 다는 사실을 이때 크게 체감했다. 결국 나는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지 고민하다, 때 마침 예전에 일하던 일식집에서 나를 찾았고 다시 일식집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면서 글 쓰는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이렇게 내 첫 글쓰기 비즈니스는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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