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미디어. 식탁을 지배하다.
현재 운영 중인 식당은 700세대 아파트 상권에 위치한다. 따라서 평일 점심 손님의 대부분은 젊은 주부와 아기 손님이다. 보통 먼저 아이들이 개선장군처럼 뛰어 들어오고, 아이 엄마는 양손 가득 봇짐 가득 쥔 보부상이 된 채 따라 들어온다. 아이 엄마가 QR코드를 찍는 동안, 아이에게 내 매장은 더할 나위 없이 뛰기 좋은 트랙이 된다. 결국 봇짐을 다 내려놓은 엄마의 불호령이 떨어져야 그 호기심은 일단락된다. 이제 아이 엄마의 첫 번째 임무가 끝이 났다. 하지만 바로 다음 임무가 주어지는데, 아이의 호기심이 다시 샘솟기 전에 메뉴를 골라야만 한다는 것이다. 열 띈 토론 후 맵지 않은 메뉴로 주문을 끝내고서야 다음 임무로 넘어간다.
그녀의 마지막 임무는 탈 없이 식사를 마치는 일이다. 우선 200매짜리 물티슈를 꺼내고, 젤리와 스마트폰을 꺼내고 나서야 비로소 전쟁 준비를 마친다. 이제 본격적으로 아이와 엄마의 입씨름이 시작되는데, 늘 화두는 스마트폰이다. 대화를 하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몰라주는 아이는 목청껏 떼쓰기 시작한다. 가끔 직원과 이것을 가지고 내기를 하는데 대부분 아이의 승리다. 아이는 제 것처럼 자연스럽게 유튜브를 틀어 보던 영상을 이어본다. 아이는 음식이 오든 말든 스마트폰에만 전념하는데, 아이가 밥을 먹을 때도 밥 먹는 행위는 부수적인 행위가 되어버린다. 왜 아이는 휴대폰을 보면서 밥을 먹을까라는 내 물음에 나는 스스로 대답해 보기로 했다. “아이는 아마 식욕보다 청각적 호기심, 시각적 호기심에서 오는 놀이 욕구가 커서가 아닐까?”
하지만 이런 양상은 아이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다. 10, 2-30대 손님들, 특히 혼밥하러 오는 손님들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을 뚫어지게 보면서 밥을 먹는데 아마 아이와는 다른 이유일 것이다. 식사 시 나누는 좌담” 을 뜻하는 “ table talk “라는 말이 있듯, 식사에 있어서 대화는 필수불가결적인 요소다. 이 말은 즉 슨 식사에는 적당히 느낄 소음과 시각적 요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온 밥을 하는 사람에게 이 요소를 충족시켜줄 만한 것은 스마트폰뿐이다. 국밥집이나 기사식당같이 회전율이 빠른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이 TV를 보는 것도 같은 이유라 할 수 있다. 간혹 커플 손님들 중에서도 상대방을 앞에 두고도 스마트폰을 보며 밥을 먹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아마 “앞에 앉은 상대로는 시각적 청각적 요소가 충족이 안되기 때문이 아닐까?” 사료해 보기로 했다.
주방에서 그 광경을 보면 복합적인 감정이 든다. 목소리로 가득 차야 할 식당에,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효과음, 중계 소리, 게임 효과음이 대신하기 때문이다. 그중 한 6할 꼴로, 식사가 나왔음에도 스마트폰을 보느라 식사를 한참 있다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음식이 식어서 맛없다고 느낄까 봐 주방에서 조마조마할 때가 많다. 한편으로는 내 음식이 스마트폰 액정 속 상황보다 덜 화려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해서 나는 억울함과 자조를 동시에 느낀다.
조혼인율이 떨어짐과 동시에 1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이런 현상은 “더 이상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단지 식사문화가 변했다.”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우리가 어릴 적 부모님에게 숟가락으로 머리 맞아가면서 배웠던 밥상머리 교육이 탈색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사실 스마트폰을 하며 밥을 먹는 것은 건강에는 해롭다. 왜냐면 음식 섭취가 빨라지고 많아지며, 자세도 불균형하기 때문에 소화불량을 촉진하기 때문인데, 패스트푸드의 발명으로 당뇨와 심혈관질환 환자가 늘어난 것처럼, 이것 또한 하나의 특이점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변화를 부정하는 것은 갈등을 조장하는 일이다. 일개 아이폰 유저들이 IOS 업데이트를 미루다 결국에는 하게 되는 것처럼 변화는 흐름이고 적응을 수반한다. 그것이 자연스러움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