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의 불씨 2

장미정원 22-2

by 늘품이

"엄마는 마귀처럼 얼굴이 막 붉으락푸르락거렸고 준영이는 위에 옷을 안 입은 채 쭈그리고 앉아 있었어요. 그런데...... 어깨며 등이며 멍이 들어 있지 뭡니까. 당장 데리고 나오려고 했는데."


"그런데?"


"데리고 나오려고 준영이 손을 잡았는데 준영이가 손을 뿌리치더라요. 설명하긴 어렵지만 마치 준영이 눈빛을 보니."


"준영이가 뭐?"


"꺼지라고."


"엥? 말도 안 돼."


"그런 눈빛이었어요. 분명히 눈빛으로 그렇게 말했어요.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 자리를 박차고 나올 수밖에 없었어요."


"지원아. 너 어떻게 생각해? 이 말을 믿어야 해?"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늘 그랬든 정범의 눈빛은 언제나 진실해 보였다


"경찰 사이렌을 듣고 자리를 박차고 나왔어요.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무작정 달렸어요. 숨이 차 오를 때까지 달렸어요."


"지원아, 진짜 가정폭력일까......?"


"내일 경찰서 가서 확인해 보면 되지 않을까요?"


"그럴까? 지원아 그게 낫겠지? 낼 아침에 가보자. ㅐ 조범이 넌 낼 일찍 다시 와. 같이 가게."


"저도요?"


"야! 가서 증명해야지 니가 거짓말하는 거 아니라는 거."


"제가 왜 그걸 증명......"


"우리끼리만 가면 개인정보 어쩌고 하면서 암것도 안 알려줄 거야. 신고 당사자가 가서 어떻게 처리 됐는지 확인도 할 겸 왔다고 해야 뭔가 명분이 있지."


"아니 그러니깐 왜 제가 그걸 증명하고 명분을 만들어 드려야 하는지....."


"그럴 거야?"


"내일 뵐게요. 그럼 주무세요."


**********************


너무 이른 시간이었을까! 지구대 문이 닫혀 있었다.


"진짜 제대로 한번 민원 제기 해야겠네. 아니 어떻게 매번 올 때마다 텅텅 빌 수가 있는 거야?"


언니는 유리문을 뚫을 기세로 얼굴을 들이밀며 안을 살폈다.


"우리가 너무 빨리 온 것 같아요."


"그러게 말입니다. 우리는 너무 일찍 왔고 경찰관들은 좀 늦게 출근을 하나 봅니다."


우리는 나란히 앞에 쭈그리고 잠시 앉아서 기다렸다. 인적도 없는 이른 아침에 바람만 휑하니 불어댔다.


"아차! 하는 순간에 겨울이 올 것 같지 않나요?"


"그러게 너무 추운데....."


"월동 준비들은 어떻게 잘하셨습니까?"


"아 진짜 추워 죽겠는데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112에 신고하면 출동하려나......"


그때 지구대 안에서 문이 열렸다. 문이 밀리며 우리는 자연스럽게 덩달아 밀린 채 일어섰다. 준영이 아빠였다.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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