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너무도 어려운 일
최근에 심리 관련 강의를 듣다가 과제로 용서하는 편지를 써볼 것을 권유 받았다.
주말에 뒹굴거리다가 문득 과제가 생각나 종이에 끄적여보았다.
살아가면서 용서하기 힘든 인간들이 누가 있었지... 고민하면서 적어나가는데,
글을 쓰다 깨달은 것은 나는 나를 가장 용서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ISFJ의 특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남들에게 매우 관대한 편이다.
남들이 미성숙한 행동을 하면 '뭐,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하고 만다.
왜냐면 진짜 그럴 수 있으니까 ;
근데 내 스스로에게는 '넌 그러면 안되지'가 항상 성립된다.
내가 미성숙한 행동을 하거나, 실수를 하면 스스로 3000번은 혼내는 거 같다.
작은 실수에도 '넌 애가 왜 그러니?'에서부터 시작해서 '정신차려라'까지.
남들에게 완벽하거나,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욕심보다는
스스로 세운 기준에 스스로가 맞추지 못할 때 느끼는 분노가 더 적합하다.
당연히, 타인의 눈에 완전한 사람으로 보이는 게 싫은게 아니다. 단지 각자가 다른 사람이기에 그럴 수 없다는 한계를 명확히 알고 있기에 그렇게 보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대신 내 눈에 나는 성숙하고, 완성이 '계속' 되어가는 사람이어야 한다.
왜 이렇게까지 나의 미성숙에 스스로 잡도리를 할까?를 고민해보았다.
사실 내 부모님은 비교적 포용적인 양육으로 날 키우셨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가정 환경이 아닌, 내가 청소년기를 공부로 인해 부모님과 계속 떨어져 살았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던 것 같다.
청소년기부터 자신을 책임져야 하는 환경에 놓여 있는 사람들은 주로 이럴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부모님과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나를 스스로 보호해야한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빠르게 성숙해져야 했고, 미성숙하거나 부족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내가 부족한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약해 보이면 안 된다고. 근데 그 강함이 나에게는 성숙함이었던 것이고.
그런 상태로 성인이 되다보니, 자연스럽게 그 사고는 고정이 되어 현재까지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다.
"너는 약해지면 안돼", "너는 성숙해야지"
작년인가 심리 상담을 받다가 선생님한테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싫다고 했다. 선생님은 의아해하면서 "왜요?"라고 물었는데, 나는 선생님의 질문에 "힘들다는 건 약하다는 거 잖아요"라고 답했다. 선생님은 "왜 약해지면 안 되는데요?"라고 질문하며 꼬리 질문을 계속 하셨던 것이 생각난다.
그때는 의자를 두 개 두고 '힘들어해도 되는 나'와 '힘들어하면 안되는 나'의 두 역할을 동시에 해보며 서로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조금 머쓱하고, 부끄럽기도 했는데 결론적으로 도움이 됐다. 그때 처음으로 '아? 힘들어해도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으니.
그렇지만 심리 상담은 한편으로 헬스 같다. 어느순간 까먹고 안 하다보면 근육이 사라지는 것과 같이 그때의 마음 근육을 잃어버리고 만다. 그래서 다시 또 습관처럼 나를 하드 트레이닝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스스로에게 관대한 사람이 가끔 부럽다. (조금은 짜증나면서도)
왜냐면, 적어도 스스로에게 자유로운 것 같아서.
내 눈에 나는 항상 청소년기 때 나처럼 보인다.
아직 성장해야하는 작은 애. 약해지면 안 되는 애.
근데 이제 나는 성인이 되었으니, 이제는 다른 눈으로 나를 바라보아줄 필요가 있을 거 같다.
방법은 아직 모르겠지만, 나랑 친해지기 연습을 해보아야 겠다.
좋은 방법을 찾게 되면 다시 글을 쓰러 오겠음.
우선 깨닫게 된 것부터가 시작이니까
그 시작을 적어두고 가려고 왔다.
나와 같이 자신에게 너무 엄격한 사람들이 있다면, 같이 '성장해야하는 나'가 아니라 '성장해온 나'를 보자고 말해주고 싶다.
파이팅
* 그러고보니 애착 유형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 같았는데, 나중에 내 애착유형과 함께 글을 써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