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담아 소중한 이들에게 마음을 전할 때 감정에 흠뻑 더 취해보기로 하였습니다.
감정을 나와 분리시켜 객관적인 시선에서 바라볼 때, 감정으로부터 파생되는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합니다. 감정적인 사람들은 남에게 피해를 주는 미성숙한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기분이 태도가 되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이 생각을 늘 마음속에 지녀왔습니다.
하지만 오늘 밤, 제가 느끼는 감정에(설령 그 자체가 환영이라는 것과 이로부터 나오는 결과는 허무한 것이라는 걸 알고 있을지언정) 아무 생각 없이 취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 고마움의 감정을 꾹꾹 담아 표현할 때 소중한 사람의 미소를 볼 수 있다면, 그리고 슬픔과 미안함의 감정을 꾹꾹 담아 표현할 때 소중한 사람들의 눈물에서 이해와 용서를 볼 수 있다면 오늘 하루 잘 살고 죽는 게 아닐까요?
친구와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면서 2021년 한 해를 잘 마무리하기 위해 서로에게 편지를 써 주기로 하였습니다. 맛있는 음식과 디저트, 와인 한 잔으로 알딸딸해진 몸 상태, 그리고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으로 한껏 예뻐진 공간 속에서 아마 저는 감정에 취해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실제로 느끼는 즐거움과 행복은 10이었지만, 감정에 취해 저도 모르게 그 정도를 20이라고 인식한 것이죠. 이 감정에 취해 친구에게 편지를 쓰자 저도 모르게 엽서 공간이 부족할 만큼 한 장을 가득 채우게 되었습니다.
서로 헤어져 집에 도착하여 편지를 읽은 후 친구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나 편지가 너무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나.'
진짜 눈물이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괜스레 친구로부터 이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아, 나는 감정에 취해버려 홧김에 오버해서 편지를 쓰긴 했지만 이로써 오늘 하루 친구에게 눈물이 날 만큼의 행복을 선사해 주었구나. 그렇다면 누군가의 눈에는 어리석고 바보 같아 보일지언정 제가 느끼는 감정에 흠뻑 취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인간은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약하지만 동시에 더 강한 존재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