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문장과 순간을 읽고

문장과 순간_박웅현 지음 인티 N출판사

by 민정

크리에이티브디렉터, 강연가, 여덟 단어. 책은 도끼다 등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를 출판한 작가로 유명한 박웅현작가는 애독가이며 다독가로 유명하다.


창의성과 광고라는 주제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나는 이십 대 시절에 우연히 ‘인문학으로 광고하다’라는 책을 읽고 나서 작가의 글에 반해서 생각수업, 책은 도끼다, 여덟 단어, 다시, 책은 도끼다를 빠짐없이 챙겨 읽었던 경험이 있다.

이후 삶을 살아가는데 인문학 공부가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었는지 모른다.


다양한 서비스직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여러 인간군상을 대할 때, 한때는 인간에 대해 진절머리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다양한 욕구와 이해관계를 가지고 살면서 다양하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은 사라지지 않았던 것 같다.


인문학서적을 한 권 두권 읽어나가다 보니,

진절머리 나던 다양한 인간군상들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고,

나 자신을 포함하여 나를 둘러싼 사람들과 세계를 이해하는 시야가 넓히고 깊게 하는 계기도 갖게 되었다.


며칠 전에 요즘트렌드와 사회현상을 분석하고 투자가치가 있는 주식이나 부동산 등에 대해 설명한 경제서적 한 권을 읽고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경제개념들을 이해하려고 애쓰다 보니 머리가 너무 복잡해졌고,

왜 이제까지 경제에 관해 그렇게 무관심했을까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도 밀려와서,

머리를 좀 식혀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편하게 읽을만한 에세이나 힐링책들을 몇 권 대출하려고 도서관에 갔다.


에세이 책을 고를 때면 늘 그렇듯, 목적 없이 제목만 대충 살펴보면서 이 책장 저 책장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끌리듯 이 책을 발견하고 펼쳐 들게 되었다.


처음엔 누가 쓴 책인지도 모르고 대충 책을 훑어봤다.

후루룩 페이지 몇 장을 훑어보니 한눈에 보기에도 글이 너무나 간결하게 적혀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책에는 여백도 참 많았는데, 그래서인지 한눈에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느낌이 왔다.


하지만 이 책은 간결한 글과는 다르게 묵직하게 느껴지는 어떤 힘이 있었다.

이 책 뭐지? 하고 저자를 살펴보고 나서야 박웅현 님이 2022년에 출판하신 책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사람들을 상대할 때도 종종 느끼지만, 어떤 사람들은 옷을 화려하게 입거나, 자신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데도, 고상하고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흔히 말하는 아우라를 가진 사람들인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만날 때면,

명품옷이나 비싼 차를 내세우지 않았음에도

내면에 꽉 찬 묵직한 힘이 전해지고, 자신을 잘 아는 데에서부터 오는 묵직한 무게감과 조용한 자신감이 직관적으로 느껴진다.


그와 같은 경험을 도서관에서 경험하다니!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다 에너지라는 말에 일리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경험했다.


왜냐하면 박웅현 님의 책도 도서관의 에세이 책장 어느 한 구석에서 그렇게 조용히 아우라를 내뿜으며 존재감을 발하며 있었기 때문이다.


박웅현 님을 개인적으로 애정하다 보니 책 선택을 하기까지의 서문이 너무나 길었다.


이 책은 작가님이 그동안 책을 읽고 작업을 하면서 수집한 많은 문장들을 편집하여 그 글귀에 자신의 경험과 철학을 더해 출판한 책이다.

이 책에 인용된 많은 글들은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데 선택할 수 있는 가치와 태도를 점검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의 한 페이지에 저자가 쓴 글이 인상 깊다고 생각했다. 그 글은 이렇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는 암팡진 투지다.

“나이는 속일 수 없다”는 편안한 체념이다 ‘라는 글이 있다.

저자 자신이 직접 만든 유명한 카피한 줄“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에서 나이에 관련한 내용을

현재 저자의 관점에서 재정의 한 것을 보며, 자신을 부단히 새롭게 하는 저자의 한 면을 볼 수 있었다.


그렇다. 박웅현 님의 나이는 속일 수 없다.

왜냐하면 이 저서에는 시간이 흐르며 더해진

그의 지혜와 연륜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가 읽어 온 많은 고전서적의 글귀를 체화하고

그 글들처럼 살고 존재하는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열정으로 점철되었던 젊은 시절과는 다른 그의 중후함이 느껴지고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선 느낌이 전해진다.


저자가 인용한 고전서적들의 글귀를 몇 개 예를 들자면 이렇다.


"저녁을 바라볼 때는 마치 하루가

거기서 죽어가듯이 바라보라.

그리고 아침을 바라볼 때는 마치 만물이

거기서 태어나듯이 바라보라.

그대의 눈에 비치는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현자란 모든 것에 경탄하는 자이다."

- 앙드레 지드, "지상의 양식 중에서


43

"삶을 깊이 있고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들은

우리가 마음을 쏟기만 한다면

우리의 주변 어디에나 숨어 있다."

- 황현산, "밤이 선생이다! 중에서


49

우리 모두가 못 박혀 사는 일상이라는 틀은

아름답고 좋은 것만으로 채워지지 않고, 대부분 지난한 반복과

피곤한 부조리를 포함하고 있다.

게다가 내가 겪는 부조리는 남의 것보다 더 커 보여서

그 주관적 상대성에 집착하다 보면

'나는 왜? 내 삶은 왜?

사는 게 뭐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명백한 사실이 한 가지 있다.

부조리 없는 인생은 없다는 것.

인간은 그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부조리를 견딜 뿐이다.


50

박목월 시인은 같은 이야기를 시 「내년의 뿌리」에 이렇게 썼다.


"왜 사느냐 그것은 따질 문제가 아니다.

사는 것에 열중하여

오늘을 성의껏 사는 그 황홀한 맹목성"



한탄하지 말고 부러워하지 말고, 그저 내가 해야 할 일상의 작은 의무들을 수행하는 것.

그것이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내 조건과 남의 조건을 비교하며

이러쿵저러쿵 따지지 말고

내 할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삶의 자세.


59

“이처럼 뭔가를 갈구하지 않고, 소박하고 참으로 천진난만하게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니, 이 세상은 아름다웠다."


헤르만 헤세는 「싯다르타」라는 소설에서

도를 깨친 사람을 이렇게 묘사한다.


65

"겨울이 그냥 겨울이 아니여.

나무들이 수만 개 봄꽃이 될 나뭇가지에 수액의 기운을 주려고 겨우내 엄청난 에너지를 모을 작전을 짜는 게 아니냔 말이요.

그러니 저도 시간을 낭비한 것이 아니라

벽돌을 차곡차곡 쌓듯, 그런 과정을 겪은 것이지유"

-장사익



67

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아이들은 다 안다.

살아라, 자라라, 꽃 피어라, 꿈꾸어라, 사랑하라, 기뻐하라, 새로운 충동을 느껴라.

몸을 내맡겨라! 삶을 두려워하지 말라"

- 헤르만 헤세, 『어쩌면 괜찮은 나이 중에서


"… 인생은 결국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의 과정이라고 생각해.

그런 말이 있어. 멋진 인간이 되는 데는 7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아쉬운 건 그렇게 멋진 인간이 된 후 살 날이 별로 많지 않다는 거지.

그래도 멋진 인간 한번 되어보지 못하고 죽는 것보단

멋진 인간 한번 되어보고 죽는 게 낫지 않겠어?

우리,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나이에서 서로 노력하자.

하루하루 더 멋진 인간이 되기 위해."


79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중요하고, 영원하고, 신성하다.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은, 어떻든 살아가면서 자연의 뜻을 실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이로우며 충분히 주목할 만한 존재이다."


108

뱀의 뇌에게 말을 걸지 마라의 저자

마크 고울스톤은 경영인으로 잘 알려진

짐 콜린스의 일화를 소개한다.

그가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강의를 시작했을 때

사회지도자이며

같은 대학교 교수이자

멘토 역할을 하던 존 가드너가

그를 불러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내 생각에 자네는 관심을 끌려고

너무 많은 시간을 쓰는 것 같네.

관심을 갖는 데 시간을 투자하면 어떻겠나?"


109

“만약 당신이 저녁 식사에서

흥미진진한 대화를 하고 싶으면, 관심을 가져라.

만약 당신이 재미있는 글쓰기 소재를 원하면, 관심을 가져라.

만약 당신이 재밌는 사람을 만나고 싶으면 당신이 만나는 사람들, 그들의 삶, 살아온 역사,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라.

관심을 갖는 기술을 연마하면

당신이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이

매력적인 스승이 될 수 있다."


119

"아무도 그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오직 한 사람 키티만이 알아들었다.

그녀가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던 건

끊임없이 마음으로 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톨스토이 안나카레니나


155

"행복해질 필요가 없다고

굳게 믿을 수 있게 된 그날부터

내 마음속에는 행복이 깃들기 시작했다."

- 앙드레 지드, [지상의 양식]중에서


158

많은 사람이 행복을 노래하지만

진실로 행복하기 위해서는 행복을 찾는 여정을

멈춰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야 비로소 지금 여기에서

행복에 닿을 수 있지 않을까?


특히 ‘행복‘이라는 화두는

행복에 대한 나의 관점도 정리할 계기도 마련해 주었는데,

내가 생각하는 행복을 글로 정리해 보자면 이렇다.


행복은 이미 내가 가진 것을 알고,‘나‘라는 존재 자체를 받아들이는 데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것을 멈추고 나로 존재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나의 삶을 살 때 행복하다.


궁극적으로는 내 삶과 주위의 경계를 없애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르다고 배척하고 미워하는 것들은 어쩌면 나와 연결된 있는 하나 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과 포용하는 것은 사랑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행위들을 실천할 때 우리는 사랑하며 사는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삶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들 또한 많이 있다.

그 둘을 구별하는 지혜를 가져야 하겠지만,

나의 생각을 나의 언어로 기록해나가다 보면 많은 것을 터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면에 귀 기울이고, 변하지 않는 가치들을 알고,

아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그것을 삶에 적용하고 실천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박웅현 작가처럼-


이 책은,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나로서,

미래가 아닌 어느 지점이 아닌 지금 여기 이곳에 존재할 수 있도록

삶의 단순한 것들을 경외감을 가지고 볼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도록

삶에 감사할 수 있는 지혜를 얻도록

인사이트를 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아! 그리고 이제는 제발 오랫동안 미뤄온 인문고전들을 읽기를 시작하자고 또 다짐을 해본다.

우선 저자가 이 책에서 언급한 많은 인문고전들부터 읽기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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